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3일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3일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의 대권후보 중 한 명인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3일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최연소 군수, 도지사를 거치면서 몸에 밴 스타의식과 조급증으로 초심은 사라지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내 말만 하려 했다”며 “다음 선거에 출마를 고집한다면 자신을 속이고 국가와 국민, 그리고 누구보다 저를 뽑아주신 지역구민 여러분께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과 깊이를 갖췄다고 생각할 때 다시 정치를 시작할 것”이라며 “최고위원직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최고위원의 불출마 선언은 의원정수 조정 등 정치권의 선거구 개편 움직임과 맞물려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현역 최고위원인 데다 여당 텃밭인 경남 김해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태호발(發) ‘기득권 내려놓기’가 여야 정치권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중진급 의원들의 ‘불출마 러시’를 예상하는가 하면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현역 물갈이’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김 최고위원의 불출마 선언 후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 혁신을 위해 혁신위원회를 가동 중인 새정치연합이 선거제도 개혁뿐만 아니라 여론의 파급력이 큰 인적 쇄신에서도 새누리당에 밀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내 한 소장파 의원은 “‘뜬금없다’며 손가락질해 온 김태호만한 사람이 야당에 한 명이라도 있느냐”며 “최근 오픈프라이머리와 의원정수 논란 등 이슈에서 새누리당에 주도권을 내준 데 이어 자발적 인적 쇄신에서도 선수를 빼앗겼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 최고위원에 앞서 이한구(대구 수성갑·4선), 강창희(대전 중구·6선), 손인춘(비례) 의원 등이 공식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밖에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 몇 명도 당내 비례의원에게 지역구를 물려주는 등 불출마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새정치연합은 소속의원들이 불출마를 검토하기는커녕 내년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계파별 정쟁에 당력을 소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한 의원은 “현재 실체도 없는 호남 신당론이 떠도는 이유가 현역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선언과 뭐가 다르냐”며 “김 최고위원의 속내와 상관없이 국민에게 새누리당은 최고위원이 솔선수범해 기득권을 내려놓은 반면 새정치연합은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며 발버둥치는 모습으로 비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새정치연합에서 20대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현역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유일하다. 지난 5월 말 김상곤 혁신위원장 체제 출범 후 ‘총선 불출마’를 혁신 키워드로 내세웠지만 현역 의원들의 동참 움직임은 아직까지 없다. 오히려 ‘호남 물갈이’, 86(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그룹 ‘하방론’과 ‘적진 출마론’ ‘중진 용퇴론’ 등이 불거질 때마다 당내 갈등만 분출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혁신위가 조만간 선출직평가위원회의 현역 교체지수를 개발하기로 하는 등 ‘공천 룰’을 확정하면 강제적인 불출마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인적 쇄신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