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보다 강화된 발전소 탄소배출규제 최종안 내일 발표
국제사회 동참 압박도 가할 듯…공화·업계·일부 州 강력 반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8월의 화두로 '기후변화와의 전쟁'에 본격 뛰어든다.

백악관은 2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제시한 발전소 탄소배출 규제 구상의 최종안을 3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다음날 발표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청정전력계획' 최종안은 작년 6월 공개된 초안보다 한층 강화된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치'가 될 전망이다.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내 발전소의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2005년 배출량 대비)가 당초 30%에서 32%로 높아졌고,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를 통한 발전 비중 목표치는 당초 22%에서 28%로 대폭 상승했다.

각 주(州)는 주별로 발전소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정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해 2018년까지 미 환경보호청(EPA)에 제출해야 한다.

이같은 규제 및 감축 계획은 초안에서 정한 2020년보다 다소 늦춰진 2022년부터 시행돼 2030년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애리조나 주처럼 천연가스나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 비율이 높은 곳은 탄소배출량을 50% 이상 감축해야 하지만, 켄터키·웨스트버지니아·와이오밍·몬태나 주처럼 석탄 의존도가 높은 주는 21% 이하로 감축 목표를 정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도입해 한도를 채운 주와 남긴 주가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최종안은 또 탄소 배출의 주범이자 현재 미국 내 발전량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석탄 화력발전소를 줄이는 대신 청정에너지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수립, 계획 시행 이전에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주들에 대해 진행중인 원전 건설 및 시설 개선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규제 계획이 그대로 시행되면 미국 내 석탄 화력발전소 수백 곳이 문을 닫고 추가 건설계획이 중단될 전망이다.

대신 총 84억 달러(약 9조8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탄소배출량 감소가 경제와 국민 건강에 미치는 혜택은 그 비용의 4∼7배에 이를 것이라고 백악관 측은 설명했다.

미국인의 가구당 전기료도 연 85달러(약 10만원) 줄어들 것으로 백악관은 관측했다.

이처럼 초안보다도 규제를 더욱 강화한 최종안을 마련한 것은 임기 말 '승승장구' 중인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업적 리스트에 기후변화 대응을 추가하기 위해 남은 몇 달 동안 이 문제에 대해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자세를 취한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이 트위터로 공개한 영상에서 "기후변화는 더이상 다음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새로운 규칙은 우리가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해 지금까지 취한 조치들 중 가장 크고 중요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과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해 행동해야 할 때"라면서 기후변화 대응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선도해나갈 뜻을 시사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 정상회의에서 이번 규제계획을 내세워 다른 나라들에 탄소배출 감축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더우드 젤케 지속가능개발연구소(IGSD) 소장은 NYT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 다른 경제 대국들에 대해 탄소배출 규제안을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공화당과 석탄 의존도가 높은 상당수 주에서 이번 규제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무사히 미 의회와 사법부의 문턱을 통과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미치 매코널(공화·켄터키) 상원 원내대표가 연초부터 주지사들에게 오바마 정부의 계획에 따르지 말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돌리는 등 공화당 지도부는 일찌감치 선제적인 반대 캠페인에 돌입한 상태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도 성명을 내 오바마 대통령의 규제 구상이 "경제를 황폐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일자리를 줄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와이오밍과 웨스트버지니아 등 20여 개 주는 정부 규제안을 "석탄에 대한 전쟁"으로 규정하고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법정 투쟁을 예고했고, 에너지기업들의 이익단체도 소송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핼 퀸 전미광업협회(NMA) 회장도 "청정전력계획 최종안은 정치적 편의를 위한 것"이라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반면 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계획은 의미있는 진보"라면서 "각 주에 가장 효과적인 탄소 감축량을 정하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은 똑똑한 결정"이라고 극찬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4일 민주당의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원내대표가 주최하는 '국가 청정에너지회의'의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등 기후변화 대응 행보를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들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달 말 알래스카를 방문해 기후변화가 북극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논의하는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 1월 국정연설에서도 기후변화 문제를 언급한 오바마 대통령은 항공기 탄소배출량 규제를 추진하거나 주요 대기업이 정부와 온실가스 배출 감소 협약을 맺도록 유도하는 등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기후변화 문제를 다뤄 왔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강건택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