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한국은행 등 3개 공공기관이 갑자기 바빠졌다. 금융당국이 다음달 중 장외파생상품 거래정보저장소(Trade Repository·TR) 운영기관을 공식 선정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TR은 금리 통화 신용 등 파생상품의 모든 정보를 분석해 당국에 보고하는 거래정보 등록기관이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TR 설립을 둘러싸고 경쟁이 워낙 치열해 당초 계획보다 많은 9명의 심사위원을 위촉했다”며 “다음달 심사 절차를 끝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9명의 심사위원은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증권사 및 은행권 임원 위주로 구성됐다.

당국이 TR 운영기관 선정에 속도를 내자 물밑에서 준비 작업을 해 온 공공기관들이 자존심을 건 유치전에 들어갔다. 한국거래소는 작년부터 장외파생상품 청산결제소(CCP)를 운영하고 있어 비슷한 업무 경험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TR이 예탁기관의 고유 업무영역이란 점을 내세운다. 한국은행은 외환전산망을 갖고 있어 추가 설비투자가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장외파생상품 거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에서 비용 대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곳이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3개 공기업이 TR 운영권 유치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업무 영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TR 운영기관이 되면 장외파생상품 정보를 속속들이 파악해 시장의 위험신호를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다. 추후 데이터사업을 벌여 수익을 내고, 신흥국 등으로도 진출할 수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파생상품 거래잔액은 작년 말 기준 7496조원으로, 전년보다 8.6%(592조원) 늘어났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