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동통신 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OECD가 국가별 물가와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해 통신요금 등을 분석한 ‘디지털 이코노미 아웃룩 2015’에서다. 이에 따르면 이동통신 요금을 작년 9월 기준으로 음성, 문자,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5개 구간으로 나눠 평가한 결과 한국의 요금은 전 구간에서 OECD 평균보다 15.3~38.8% 저렴했다.

국가별로 요금이 싼 순위를 살펴봐도 한국은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8~19위였다. 정작 비싼 국가는 일본, 칠레, 헝가리 등이었다. OECD 분석이 틀리지 않았다면 한국은 이동통신 요금이 특별히 비싸다고 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더구나 이번 요금 비교는 작년 9월 기준으로, 이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내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되기 전이다. 밖에서는 싸다고 하는데 안에서는 늘 비싸다며 정부와 정치권에서 통신사를 찍어누르기 식으로 요금인하를 압박하는 게 현실이다. 도대체 국내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착각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이 궁금증을 풀려면 먼저 요금 자체가 정말 비싸서 그런지, 아니면 소비행태 탓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단말기 비용과 순수 통신요금의 구분, 음성통화에서 데이터 서비스로의 패러다임 변화 등이 제대로 고려됐는지, 또 통신서비스를 펑펑 쓴 결과 ‘폭탄’ 맞은 통신비를 두고 비싼 요금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닌지도 생각해야 한다. 이런 점을 무시한 채 모두 가계통신비로 뭉뚱그려 비싸니 어쩌니 하는 건 처음부터 잘못된 논란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지금도 가계통신비 부담이 높다며 통신요금 인하를 내년 총선 공약으로 내걸 태세다. 요금의 비교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마녀사냥’과 뭐가 다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