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통할 융복합공연 만들려면 고유의 전통문화 살린 한국만의 표현방식 보여줘야"
프랑코 드라곤 엔터테인먼트그룹은 세계 최대 공연사 ‘태양의 서커스’에서 ‘퀴담’ ‘오’ 등을 연출한 감독이 독립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2000년 벨기에에 설립한 공연제작사다. 태양의 서커스에서 ‘살팀방코’를 연출한 매튜 제스너는 이 회사의 최고공연책임자(chief show operation officer)로 합류해 마카오를 대표하는 관광프로그램인 초대형 수중 쇼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를 연출했다. 2010년 첫선을 보인 이 수중쇼는 기술과 예술의 환상적인 결합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250만여명이 관람했다. 2억5000만달러(약 27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95명의 배우와 170명의 기술진, 250명의 스태프가 참여하는 등 고용 효과도 크다. 이 작품이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공연산업 글로벌화 정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이유다.

제스너는 최근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문화창조융합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융복합 공연 포럼에서 화상 강연을 통해 융복합 공연의 세계화와 성공 전략을 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경제신문은 그에게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공연 한류’의 길을 물었다.

“초대형 공연은 예술과 기술을 결합해야 완성할 수 있습니다. 단계별로 새로운 기술과 퍼포먼스를 이해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관객 수와 수준에서 초대형 공연을 수용할 수 있는지도 면밀히 따져봐야 하고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준비에만 4년이 걸렸고, 제작 단계에서도 끊임없이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그는 초대형 융복합 공연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설명했다. ‘살팀방코’처럼 전 세계를 이동하며 천막에서 펼치는 공연은 비교적 규모가 작고 기술도 간편하다. 하지만 고정된 장소에서 펼치는 ‘오’ ‘미스테르’ ‘라 누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등은 이동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규모 자본과 첨단 기술을 투입한다.

스토리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살팀방코’는 일정한 스토리 없이 감정과 연극적 형태가 병렬을 이루며 주제를 보여준다. 수많은 쇼가 이런 형태다. 반면 ‘알레그리아’ ‘퀴담’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등에는 이야기가 있다.

“성공한 공연들은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완성도를 갖췄습니다. 여러 문화를 잘 융화하면서 극적 긴장감과 우아함도 접목했지요. 그러자면 제작자는 열린 마음으로 창작해야 합니다. 창의적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와 협업하는 게 필요해요. 프랑코 드라곤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정기적으로 협업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연출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어떤 쇼든지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비전에 의한 콘셉트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비전을 명확히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공연을 제작할 때 현지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지식을 갖춘 협력자를 찾습니다. ”

그는 “최근 전 세계 융복합 공연은 예술적인 표현보다 기술적인 측면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며 “이는 거주자를 압도하는 빌딩처럼 외형에 가려 본질을 지키지 못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융복합 콘텐츠는 전통적 유산이면서 현대적인 표현이기도 합니다. 세계시장에 통하는 한국산 융복합 공연을 만들려면 해외 관객에게 호소할 수 있는 한국만의 표현방식을 보여줘야 합니다. 한국 고유의 문화에 대해 항상 호기심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지금 현대문화는 매우 글로벌하지만 고유의 지역색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야말로 교류의 풍성함이 나오는 근본입니다.”

융복합 공연산업을 키우기 위해 뛰어든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충고했다.

“정부는 먼저 정치나 법과 무관해야 문화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정부가 예술가의 콘텐츠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됩니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정권, 선거 등 정치적 목적과 상관없이 단체나 기업을 지원해야 해요. 또 대규모 공연에만 한정 짓지 말고 다양한 스케일의 융복합 공연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