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주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규제와 투자, 이익, 배당이다. 이 중에서도 올해 통신주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규제다. 투자, 이익, 배당의 방향성은 우호적이지만 규제 및 정책 방향성은 통신업에 비우호적이기 때문이다. 규제는 불확실성도 크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된 이후 통신비와 제4 이동통신사 추진 등의 이슈 탓에 통신주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규제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돼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주가가 회복할 가능성에 투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통신서비스, 업황 회복 중

하반기 이익 개선·배당 기대 커져…규제 불확실성도 해소될 듯
통신서비스 업황 회복은 세 부문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첫 번째는 사업의 주요 화두가 ‘가입자’를 넘어 ‘이용률’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가입자 점유율을 고수하기 위해 과도한 마케팅비를 집행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는 이익 악화와 규제 위험을 초래했다. 이제는 ‘이용률’과 ‘가입자당 매출액(ARPU)’에 집중할 시기다. 자사의 네트워크 이용자는 직접 가입자뿐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인터넷 기업), 간접 이용자(알뜰폰 가입자) 등 다양하다. 과금 대상을 세분화해 매출을 종합적으로 늘릴 수 있다.

두 번째는 통신을 넘어선 ‘비통신’사업이다. 비통신사업의 전략도 예전보다 진전한 모습이다. 과거의 비통신사업은 단순 합산 매출을 높이기 위해 사업을 확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통신 본업에도 도움이 되는 사업 위주로 ‘선택과 집중’이 일어나고 있다. 유선통신의 약점(네트워크 사용량 감소)을 보완하고, 무선통신의 과제(가입자 유지 및 ARPU 향상)에 일조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데이터 이용을 촉진하는 미디어와 커머스, 플랫폼 위주로 사업이 정비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완전 인수와 KT의 렌털·캐피털사업 매각 등이 이런 맥락이다.

세 번째는 이익을 넘어선 실질적인 ‘주주 환원’이다. 통신서비스산업은 롱텀에볼루션(LTE) 성숙화에 따라 투자가 감소하고 있고, 마케팅 효율화와 인력 구조조정으로 비용도 줄어들면서 이익과 잉여현금흐름(FCF)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주주 환원 증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 모두 오랜만에 배당을 하는 해가 될 것이다.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에서 높은 배당수익률과 자사주 매입 모멘텀을 보유한 통신주는 투자 대안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하반기 ‘OVER’ 주목

하반기 통신서비스 업종의 주요 이슈는 ‘OVER’라는 키워드로 정리해볼 수 있다. O는 ‘모바일 온리(mobile only)’ 시대의 기회(opportunity)를 뜻한다. 현대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항상 연결돼 있는 시대다. 이에 따라 기업 간 데이터 과금 시장과 사물인터넷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최근 KT는 다음카카오와 협력하면서 카카오택시 기사 앱의 데이터 트래픽 과금을 KT 가입자인 택시기사가 아닌 다음카카오에 하고 있다. 통신 3사는 스마트홈, 애완견 웨어러블,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부문에서 네트워크 과금 모델이 들어간 사물인터넷 상품을 본격적으로 내놓고 있다.

V는 속도(velocity) 전쟁을 의미한다. 현재는 4G 기술 시대로, LTE-A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운로드 속도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는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따라 주파수 자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는 원래 계획보다 다소 늦어져 내년 초에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파수는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성장 기반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주파수와 관련된 경쟁과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E는 소비자에 대한 권장(encouragement)을 뜻한다. 소비자는 통신비에 민감한 동시에 양질의 서비스를 즐기고 싶어한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통신서비스 기업들은 알뜰폰 등 좀 더 저렴한 서비스를 자회사 등의 개별 영업 채널로도 운영하고 있다. 데이터 요금제는 용량 외에도 시간, 장소, 상황에 따라 세부적으로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R은 규제(regulation)를 의미한다. 통신서비스는 내수 허가사업으로, 규제 및 정책 방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와 국회는 ICT 정책 중에서 가계 통신비 경감을 큰 명제로 삼고 있다. 주파수 경매 및 제4 이통사 추진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정책적인 압박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정책 노이즈와 주가의 상관 관계를 분석해 보면 과도한 우려는 투자 기회를 제공했다. 과거 ‘보조금’ 규제가 대표적이었고, 제4 이통사도 실효성이 낮을 경우 유사한 패턴이 예상된다. “우려가 완화될 때 주가는 회복한다”는 말을 되새길 때다. 3분기 중 통신과 관련된 굵직한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통신주에 대한 압력은 점차 누그러질 것으로 점쳐진다.

통신 기업들의 이익은 대체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좀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당 등 주주 환원도 연말에 집중돼 있다. 규제 위험이 사라질 때 견조한 펀더멘털이 주가에 반영돼 회복할 통신주에 관심이 필요한 시기로 여겨진다.

문지현 < KDB대우증권 선임연구원 jeehyun.moon@dwse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