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자 없이 '팔자' 매물만…전매 물량 '폭탄 돌리기' 양상
"거품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충북에서 아파트 분양시장이 열린 이래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청주 호미지구 우미린 아파트의 분양권이 벌써 최고 3천만원까지 프리미엄(전매 차익)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매수자는 나서지 않는 가운데 일명 '떴다방'들이 확보한 전매 물량을 처분하려는 매도 호가여서 '거품' 논란과 함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고 76.8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청약 광풍'이 불었던 우미린 아파트가 지난 8일 분양을 모두 마친 가운데 벌써 전매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전매 제한이 없는 지방 민간 택지 아파트라는 점에서 전매 차익을 노린 가수요(투자수요)가 대거 몰린 탓에 분양권 매도 물량이 일시에 나오고 있으며 프리미엄도 상당하다.

72㎡형은 1천만∼1천500만원, 84㎡형은 1천500만∼2천만원, 113㎡형 이상은 최고 3천만원까지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전언이다.

그러나 정작 실거주를 원하는 매수자들은 분양 며칠만에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모(34)씨는 "주변에서 입지가 좋다는 말에 웃돈을 좀 주더라도 신혼집을 장만할까 해서 주택홍보관을 찾았는데 프리미엄이 2천만원이라는 부동산업자의 말에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113㎡형 청약 당첨자인 강모(37·청주시 상당구)씨도 "분양권을 팔려고 부동산에 문의하니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더는 매물 확보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그런데도 프리미엄은 계속 올라간다고 하니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외지 떴다방의 가수요 청약과 투기 조장으로 '거품'이 형성돼 전매 물량이 처분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충북도지부 관계자는 "현재 업계에서 보는 우미린 아파트의 가수요는 50% 이상이고, 주택홍보관 주변에만 떴다방으로 의심되는 중개업자가 100여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거래는 활발하지 않지만 프리미엄이라는 게 부르는 게 값이다 보니 떴다방에 의해 좌지우지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가격 거품을 만들어 전매 차익을 챙기고 빠지는 떴다방의 이른바 '폭탄 돌리기' 피해가 고스란히 실수요자에 돌아간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분양권 가격이 하락, 거액의 웃돈을 주고 산 실소유자들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떴다방의 병폐를 막고자 청주시가 지난 9일부터 우미린 아파트 주택홍보관 주변에 대한 단속에 나섰지만 효과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천막이나 이동식 탁자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불법 시설물인 천막 등은 단속 대상이 되지만 이들의 영업 행위 자체를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토로했다.

한 부동산 중계업자는 "요즘에는 떴다방이 인터넷상에서 주로 활동하다 보니 단속에 걸릴 일이 없다"며 "떴다방으로 교란된 시장이 진정될 때까지 차분히 지켜본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jeon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