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왼쪽부터)과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왼쪽부터)과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29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청 갈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최고위원들의 요구에 유 원내대표는 “생각해보겠다. 고민하겠다”며 입장을 정리할 시간을 갖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새누리당 내 친박근혜(친박)계와 비박근혜(비박)계는 각각 유 원내대표 사퇴와 사퇴 반대를 외치며 공방을 벌였다.

○유승민 “사퇴할 이유 못 찾겠다”

최고위원들, 유승민 사퇴 촉구…유승민 "고민해보겠다"
이날 오후 3시부터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 다수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위헌 논란을 빚은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하는 등 그간 일어난 당·청 갈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최고위원들은 이유가 어떻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하고, 그 책임은 유 원내대표가 져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당을 위해 유 원내대표의 희생과 결단을 부탁한다는 간곡한 얘기도 있었다”고 했다. 김 대표 자신은 “어떤 경우에도 당의 파국은 막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최고위원들의 요구에 유 원내대표는 “잘 경청했고 고민하겠다”고 답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일부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에게) 시간을 좀 줘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최고위원회의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났다.

유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잘 생각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자진사퇴를 촉구받았느냐는 질문엔 “최고위원마다 의견이 좀 달랐다”고 답했다. 그는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고 했다.

친박계 좌장으로 꼽히는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 대표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방향’이 사퇴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엔 “물론이다”고 답했다. 서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가 ‘내게 기회를 달라’고 한 게 결론”이라며 “조금 있어보자”고 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기회를 달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유 원내대표 거취에 대한 결론을 최고위원회의에서 낼지, 의원총회에서 낼지에 대해선 최고위원 간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VS 비박 갈등 격화

유 원내대표 거취를 둘러싼 새누리당 내 갈등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은 이날도 유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공세를 이어나갔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유 원내대표는 권위를 상실했고 신뢰도 잃었기 때문에 더 이상 원내대표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친박계인 이장우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당·청 갈등의 실질적인 고리가 유 원내대표이므로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국정 전반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상황을 관망하며 침묵하던 비박계 의원들도 반격에 나섰다. 비박계 재선의원 20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김용태 의원의 주선으로 긴급 회동을 하고 친박계의 ‘유승민 흔들기’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회동 직후 성명을 내고 “원내대표는 당헌에 따라 의총을 통해 선출됐고, 최근 당·청 갈등 해소에 대한 약속도 있었다”며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된 것을 의원들의 총의를 묻지 않은 채 최고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본인이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조수영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