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저지른 경찰, 절반이 복직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일하던 A경위는 2012년 파면됐다. 동료들과 점심식사 중 여성 경찰관에게 “엉덩이를 만져도 되느냐”고 성희롱을 하고, 주차장에선 이 여경의 엉덩이를 만진 혐의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반년 뒤 소청심사위원회를 통해 복직했다. 처벌 수위는 정직 3개월로 조정됐다.

올 들어 경찰관이 저지른 성폭력 사건은 10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 강한 징계를 해도 소청심사위를 거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28일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 들어 4월까지 비위행위로 파면 및 해임된 경찰관의 42.5%가 소청심사위를 통해 복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서울 성북경찰서는 길거리에서 여성의 신체 부위를 만진 혐의(강제추행 등)로 서울지방경찰청 101경비단 소속 서모 순경(27)을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청와대를 경비하는 202경비단 소속 경찰관도 성매매 여성을 두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렇게 올 들어서 밝혀진 경찰관의 성범죄 행위만 10여건에 이른다.

경찰은 성폭력 범죄에 엄격한 징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공무원 조직이라면 정직·감봉으로 끝나는 수준이라도 해임·강등을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이하배 경찰청 감찰기획계장은 “모범이 돼야 하는 조직이다 보니 징계 수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징계 수준은 소청심사위를 거치면서 가벼워진다. 지난해 해임·파면된 인원의 절반이 넘는 83명(55%)이 복직했다. 성범죄를 포함한 품위손상으로 파면·해임된 경찰관 58명 중 26명(44%)이 복직했다. 특히 성범죄 징계자(12명)의 복직률은 50%에 달했다.

소청심사위는 인사혁신처 소속으로 법조계 및 학계 인사, 전직 공무원 등 9명으로 구성된다.

‘봐주기 심사’는 더 많은 비위 경찰을 양산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공무원은 다른 공무원 조직과 달리 법을 집행하기 때문에 무관용 징계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