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경찰청장 메르스 적극 대처 주문…경찰 신속대응팀 가동
촘촘한 그물망식 점검 필요…"격리자, 물적 지원 필요" 지적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자가격리자들이 무단 이탈, 통제를 벗어나면서 방역당국과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답답하다는 이유로 거주지를 빠져나가거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다며 집 밖을 나서는 등 자가격리자들의 무단 이탈 이유도 다양하다.

자가격리자에 대한 촘촘한 관리가 중요하지만 정신적·물질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가 격리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가 격리자들은 소홀한 감시망을 뚫고 몰래 집 밖을 나서는 바람에 관할 보건소와 경찰이 혼비백산하기 일쑤다.

지난 16일 오후 7시께 서울에 사는 자택 격리자 A(53·여)씨가 남편을 만나겠다며 무단 이탈해 충북 제천을 방문해 메르스 청정지역인 이 지역이 한때 발칵 뒤집혔다.

다행히 보건소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설득으로 A씨가 곧바로 서울로 돌아갔지만 경찰이 보호복을 입고 긴급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같은 날 오후 8시 30분에는 대전에서 자택 격리 중인 B(70)씨가 충북 영동군을 방문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영동 역시 아직 의심 증세조차 보이지 않았던 터라 보건소가 바짝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보를 입수한 이 지역 경찰 순찰차 3대가 총출동, A씨를 설득해 귀가시키면서 '메르스 비상 사태' 상황이 종료됐다.

지난 14일 오후 4시 40분에는 가족 단위 행락객이 많은 청주시 상당산성에 메르스 자가 격리자가 나타났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돼 집단 감염 우려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보건당국의 협조 요청을 받은 경찰이 방진복까지 입고 주변을 수색하는 한바탕 소동 끝에 격리자를 귀가 조치시켰다.

생업 등을 이유로 어쩔 수 없다며 무단 이탈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16일 오전 11시께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자가격리자 A(32)씨가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보건소가 경찰청에 위치추적을 의뢰해 그를 찾아낸 곳은 서울이 아닌 인천 앞바다였다.

연락을 받은 인천해경은 낚싯배를 타고 인천 남항으로 돌아오는 A씨를 발견 영등포구 보건소로 인계했으며 A씨는 현재 거주지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A씨는 생업 때문에 거주지를 이탈, 인천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A씨와 함께 낚싯배에 탔던 15명에 대한 신원을 확보, 관할 보건소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부산에서는 격리대상자로 지정됐던 27세의 수험생 1명이 서울시 공무원시험에 응시하러 KTX를 타고 상경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연락이 아예 두절되거나 해외로 나가는 등 관계당국의 감시망에서 아예 비켜나 있는 사례도 있다.

지난 16일 대전에서 격리 통보를 받은 A(40)씨는 연락을 꺼놓고 닷새 동안 3차례에 걸쳐 집 밖에 나섰다가 보건당국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에서는 자가격리 기간 중 '열이 난다'며 혼자 택시를 타고 동네 병원에 다녀온 남성도 있었다.

그는 이후 92번째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현재 음압병실에서 격리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 확진 환자를 진료한 순창 모 병원 의사 B씨 부부는 지난 6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가 7일 오후 귀국했다.

아내는 원장이기는 하지만 A씨와 대면하지 않아 능동 감시(일상 격리) 조치, 남편은 자가 격리 조치를 받았다.

A씨를 직접 진료한 내과의 월급의사와 정형외과의 물리치료사도 격리 대상에 올랐으며 이들 4명 모두 광주 남구에 거주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지난 6일 남편에게 자가 격리를 통보하려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아 문자메시지로 알렸다고 전했다.

이들 의사 부부는 증상은 물론 감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자가격리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이튿날 B씨에 대해 능동 감시로 전환했다.

경찰은 무단 이탈하는 격리 대상자로 인해 메르스 확산 우려가 커지자 강력히 대응하기로 하고, 전국의 경찰서에 메르스 신속대응팀을 편성했다.

강신명 경찰청장도 "일선 경찰서가 신속대응팀을 편성, 즉각적인 후속 지원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일선 경찰서들은 수사과장을 팀장으로 하고 지능범죄수사팀과 형사팀 등 13명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꾸렸다.

신속대응팀은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등 현장활동을 지원하고, 필요 시 메르스 관련 수사도 담당한다.

(임보연, 구정모, 김선호, 손현규, 이재림, 손상원, 임보연, 김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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