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비율 오르는 지역을 찾아라
요즘은 대구·부산·대전 등 지방에서도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강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과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의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은 지난 몇 년간 침체기를 겪으면서 투자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74개월 동안의 절반 이상인 42개월간 하락을 맛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번 상승세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되고 언제 팔고 나오는 게 좋을지가 주요 관심사다.

집값은 언젠가는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거래량이 급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거래량이 많다는 것은 누군가 집을 사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집을 꾸준히 팔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역대급’의 거래량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상승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이유다.
전셋값 비율 오르는 지역을 찾아라
지방과 수도권 투자 심리 ‘온도차’

반면 지방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지난 74개월 동안 2009년 4월을 제외한 73개월 동안 집값이 떨어진 적이 한 차례도 없다. 6년이 넘는 동안 집값은 언제나 우상향을 향해 돌진해 갔던 것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동안 수도권 아파트 값은 2.0% 하락하는 동안 지방 소재 5대 광역시의 아파트 값은 53.2%나 상승했다. 지방 사람들에게 집은 사 두면 언제나 오르는 것, 일찍 사면 살수록 유리한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수도권 집이라도 수도권 사람이 아닌 지방 사람이 매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동안 많이 오른 지방에 비해 수도권 집값이 싸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 두려는 사람들은 매매가와 전셋값의 차이를 중요시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조사가 시작된 2013년 4월 지방 소재 5대 광역시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당 235만6000원이고 전셋값은 169만5000원이었다. 그 당시 전세를 끼고 지방에 아파트를 사려면 ㎡당 66만 원 정도 들었다는 뜻이다. 이 실투자금이 지난 5월에는 71만1000원으로 늘어났다. 2년여 전에 비해 투자 여건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수도권은 2013년 4월 ㎡당 175만 원의 실투자금이 필요했지만 현재는 128만8000원으로 크게 낮아졌다. 수도권의 집값이 주춤하는 사이 전셋값이 크게 오른 때문이다.

문제는 투자 패턴이다. 전셋값과 매매가의 차이, 즉 실투자금이 적게 들어가는 지역이나 물건만 선호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실투자금이 적게 들어갈수록 투자자가 유리할 것 같은데 왜 문제라는 것일까. 첫째, 실투자금이 적게 들어간다는 것과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낮다는 것은 다른 의미다. A라는 주택의 매매가가 1억 원이고, 전셋값이 5000만 원이라고 하면 전셋값 비율은 50%에 불과하지만 실투자금은 5000만 원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반면 B라는 주택의 매매가가 5억 원이고 전셋값이 4억 원이라고 하면 전셋값 비율은 80%나 되지만 실투자금은 1억 원이나 들어간다. B라는 주택 한 채를 살 자금이면 A라는 주택 두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A라는 주택이다. 전셋값에 비해 매매가가 2배나 비싸다는 것은 그 사용 가치에 비해 매매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라는 주택을 선호하는 사람의 논리는 간단하다. B주택 한 채를 사는 자금으로 A주택 두 채를 살 수 있는데, 한 채에 1000만 원씩만 올라도 2000만 원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B주택 한 채만 사면 시세 차익이 1000만 원밖에 되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손해라는 것이다. 이 논리의 전제 조건은 세상 대부분의 주택은 투자 가치가 비슷하기 때문에 어느 것을 사 놓아도 언젠가는 오른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과거에는 이런 식의 투자가 수익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매매가와 전셋값의 절대 금액 차이가 적은 주택은 저가 주택일 가능성이 높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08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매매가가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저가 주택이다. 주택 가격이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는 이 기간 동안 무려 68%나 올랐던 것이다. 반면 집값이 가장 비싼 5분위(상위 20%)는 같은 기간 동안 오히려 7%나 하락했다. 이렇듯 6년여의 학습 효과로 저가 주택일수록 투자금도 적게 들고 상승률도 높았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침체기에 생기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싼 집에는 싼 이유가 있고 비싼 집에는 비싼 이유가 있다. 과거 싼 집이 많이 올랐던 이유는 경기가 침체로 시중에 자금이 돌지 않았으므로 매수 여력이 적기 때문에 저가 주택밖에 상승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게 되면 상대적으로 우수한 주거 환경을 갖춘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 가면서 중가 주택 이상의 상승률이 높아진다.

전세가율 높으면 집값 하락기에는 위험

그러면 전셋값 비율이 높은 곳이 낮은 곳보다 무조건 투자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공단이 많은 지역은 전통적으로 전셋값 비율이 높다. 그 지역에서 장기 거주하는 주민보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전입하거나 전출하는 주민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은 매매보다 전세, 전세보다 월세가 선호된다. 다른 지역에 일자리가 생겼을 때 언제든지 옮겨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은 임대 수요가 많지만 매매 수요는 적기 때문에 집값 상승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 결국 단순히 전셋값 비율만 보고 투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전셋값 비율 자체가 높은 곳보다 전셋값 비율이 높아지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비슷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전혀 다른 얘기다. 전자는 정적인 개념이고 후자는 동적인 개념이다. 과거에는 전셋값 비율이 낮았지만 현재는 전셋값 비율이 높아진 곳이 있다면 이런 곳이 투자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데에는 3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매매가는 오르지 않는데 전셋값이 크게 오르는 것이다. 그 지역의 실수요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둘째, 전셋값은 그대로인데 매매가가 크게 내리는 것이다. 그 지역에 끼어 있던 거품이 제거됐다는 뜻이다. 셋째, 매매가는 내리고 전셋값이 오르는 것이다. 실수요가 증가하는데 매매가에 있던 거품이 제거됐다는 의미다.

단순히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적은 곳에 투자할 때 문제점은 집값 하락기에 불거진다. 상승기에는 매물이 부족하면서 시차를 두고 대부분의 지역이 오르기 때문에 지역별 차별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하락기에 들어서면 수요가 많은 곳과 수요가 적은 곳은 극명하게 차이가 나타난다.

어느 지역의 집값이라는 것은 오랜 기간을 두고 그 지역에 사는 수많은 사람이 사고팔면서 형성된 접점이다. 어떤 지역의 집값이 싼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단순히 투자금이 적게 들어간다고 투자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1019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