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오픈·에비앙 우승하면 달성…박세리도 후보
LPGA 메이저 5개 대회 우승자는 웨브가 유일

'골프 여왕'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6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한국인 1호 LPGA투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대한 기대도 높였다.

아울러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슈퍼 슬램'을 달성할 가능성도 부쩍 높아졌다는 평가다.

'그랜드슬램'은 골프와 테니스에서 4개 메이저대회를 동일 시즌에 석권하는 것을 뜻한다.

동일 시즌이 아니 여러 시즌에 나눠서 4개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차지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타이틀을 붙인다.

그런데 LPGA 투어는 현재 메이저대회가 5개다.

이번에 박인비가 우승한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과 곧이어 열리는 US여자오픈, 그리고 브리티시여자오픈과 에비앙챔피언십, 봄에 열린 ANA 인스퍼레이션 등이 메이저대회이다.

박인비는 이 가운데 브리티시여자오픈과 에비앙마스터스 우승컵은 없다.

에비앙마스터스는 2012년 우승한 적이 있지만 그때는 메이저대회가 아니었다.

박인비가 오는 7월31일 열리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게다가 박인비가 9월10일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에비앙마스터스마저 제패한다면 LPGA 투어 사상 유례없는 '5개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운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넘어서는 이 진기록을 언론은 '슈퍼 슬램'이라 부를 가능성이 크다.

LPGA투어는 공식적으로 '커리어 슈퍼 그랜드 슬램'이라는 타이틀을 인정한다.

'커리어 슈퍼 그랜드 슬램'은 5개 메이저대회 우승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좁은 의미로는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한 '커리어 그랜드슬러머'가 나중에 신설된 메이저대회에서 또 우승한 경우에 한정된다.

이 좁은 의미의 '슈퍼 그랜드 슬램' 타이틀 보유자는 카리 웨브(호주) 단 한명이다.

웨브는 2002년 새로 메이저대회가 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슈퍼 그랜드 슬러머'로 우뚝 섰다.

웨브는 1999년 듀모리어클래식, 2000년 나비스코다이나쇼와 US여자오픈, 2001년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한 바 있다.

'커리어 그랜드 슬러머'가 신설된 메이저대회에서 또 우승하자 LPGA투어는 부랴부랴 '슈퍼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는 타이틀을 새로 만들었다.

박인비가 브리티시여자오픈과 에비앙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 또 한번 '5개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기록이 LPGA투어 역사에 아로 새겨진다.

이런 '슈퍼 슬램'을 달성할 수 있는 후보자는 박인비 혼자는 아니다.

박세리(38)도 올해 에비앙마스터스를 우승하고 내년 ANA인스퍼레이션을 제패하면 '슈퍼 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청야니(대만)도 US여자오픈과 에비앙마스터스를 우승하면 5개 메이저대회 석권 선수가 된다.

하지만 경기력과 나이 등을 감안하면 박인비의 '슈퍼 슬램' 가능성은 아주 높은 편이다.

PGA투어에 없는 '커리어 슈퍼 그랜드 슬램'이라는 타이틀이 생겨난 까닭은 LPGA 투어가 메이저대회의 전통을 안정적으로 지키지 못한 탓이다.

LPGA투어 매이저대회는 LPGA 투어가 창설된 1950년에는 US여자오픈, 웨스턴여자오픈, 그리고 타이틀홀더스챔피언십 등 3개였다.

1955년에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전신인 LPGA챔피언십이 열리면서 비로소 4개 메이저대회 시대가 시작됐다.

그렇지만 1967년 타이틀홀더스챔피언십이 열리지 못해 메이저대회는 3개로 다시 줄었다.

이듬해 웨스턴여자오픈마저 중단돼 메이저대회는 2개 밖에 열리지 못했다.

1972년에 타이틀홀더스챔피언십이 한차례 열리면서 메이저대회 3개가 개최됐지만 1978년까지 메이저대회는 2개만 겨우 명맥을 이었다.

담배 기업 듀모리어가 1979년 만든 듀모리어클래식이 메이저대회가 되면서 LPGA투어 메이저대회는 3개로 회복되었다가 1983년 ANA인스퍼레이션의 전신인 나비스코다이나쇼가 메이저대회에 합류하면서 LPGA투어 4대 메이저대회가 자리를 잡았다.

2000년 미국 정부의 강력한 담배 규제 정책으로 듀모리어클래식이 폐지되었지만 2001년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새로 메이저대회로 삼아 '4대 메이저'라는 틀은 지켰다.

게다가 2013년 에비앙마스터스도 메이저대회 대열에 합류하면서 LPGA 투어는 메이저대회 5개를 운영하는 '메이저 풍년'을 맞았다.

LPGA 투어 '슈퍼 커리어 슬램'은 알고보면 메이저대회의 부침이 심한 탓에 생겨난 셈이다.

한편 동일 시즌에 열린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한번도 나온 적이 없지만 LPGA투어에서는 2명이 달성했다.

하지만 LPGA투어 그랜드슬램은 함량 미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LPGA투어는 1954년까지는 3개 메이저대회를 우승해도 '그랜드슬램'으로 쳤다.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는 웨스턴여자오픈, US여자오픈, 타이틀홀더스챔피언십을 모조리 제패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심지어 1974년 샌드라 헤이니는 US여자오픈과 LPGA챔피언십 등 2개 메이저대회만 우승하고도 '그랜드슬러머'가 됐다.

1974년에는 메이저대회가 2개 뿐이었다.

메이저대회가 4개가 된 이후에는 '그랜드슬램'이 없었다.

PGA투어에는 타이거 우즈가 2000년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에 이어 2001년 마스터스까지 4개 메이저대회를 연속해서 우승해 '타이거 슬램'이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동일 시즌은 아니지만 '1년 안에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한 기록'을 뜻하는 '타이거 슬램'도 전무후무한 진기록이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