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외국환(外國換) 부문 최강자인 외환은행이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고 있다. 2012년 하나금융그룹 가족이 된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의 글로벌뱅크 추진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세계 22개국, 88개 영업망을 갖춘 외환은행을 품은 하나금융그룹은 2025년까지 ‘아시아 톱5-글로벌 톱40’ 은행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해외이익 비중도 10년 뒤엔 40%까지 높이기로 했다. 외환은행은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올해부터 동유럽과 인도, 중동, 아프리카에 추가 영업망을 확충할 계획이다. 외환은행은 글로벌 사업망 확충과 함께 핀테크(금융+기술) 사업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캐나다에서 처음 실시한 스마트폰을 활용한 송금 등 은행업무서비스인 원격은행 ‘1Q뱅크’를 해외 영업망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하나은행과의 통합에 대비해 국내 영업망을 활용한 개인영업을 강화해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한국 최고 글로벌은행’ 꿈꾼다

외환은행은 1967년 한국은행 외환부에서 국책은행으로 독립한 뒤 1989년 한국외환은행법 폐지로 완전 민영화될 때까지 국내 외국환 업무를 도맡아 처리했다. 민영화된 지 26년이 지난 지금도 외국환 분야에선 ‘국가대표 은행’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해외 은행과 국내 은행 간 자금결제 등은 여전히 외환은행을 통해 이뤄진다.

지난해 외환은행이 취급한 외국환 거래 실적은 5452억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약 605조1720억원에 달한다. 웬만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외 총자산 또한 176억6800여만달러(약 19조6560억원)로 국내 은행 중 가장 많다. 국내 외화예금 잔액(달러 환산 기준)도 지난해 107억5700여만달러(약 11조9670억원)로 2위 은행(약 80여억달러)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1위를 차지했다.

디지털 환전 실적은 1억3600여만달러(약 1513억원)로 2위권 은행보다 두 배 많다. 해외 지점 네트워크도 국내 다른 은행들에 비해 폭넓다. 동남아시아에 주로 밀집해 있는 다른 은행의 해외 영업망과 달리 외환은행은 전 세계 22개국에 88개 영업망을 두고 있다.

외환은행은 이런 강점을 기반으로 하나금융그룹의 글로벌 전략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그룹은 2012년 외환은행과의 합병을 승인받은 뒤 ‘비전 2025’란 중장기 경영전략을 내놨다. 현재 18%가량인 그룹의 글로벌 이익 비중을 2017년 말까지 25% 수준으로 높이고, 2025년에는 4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외환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 풍부한 외국환 취급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뱅크’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그룹의 중장기 비전 달성을 위해 앞으로 동유럽과 인도 등에 새로운 영업망을 구축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글로벌 은행으로 자리잡기 위해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 해외 소비자를 직접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소매금융 확대해 수익성 높인다

해외 영업망 확충과 함께 외환은행은 국내 영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과거 론스타가 대주주이던 시절 대기업 대출에 지나치게 편중한 영업전략 탓에 개인·소상공인·중소기업 영업력이 다소 약해졌고, 그 결과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판단에서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3월 김 행장 취임 이후 소매영업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이런 전략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13년 말 526만명이던 개인고객 수는 지난해 말 564만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620여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소 주춤했던 실적도 개선되는 추세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0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2%나 늘었다. 올해는 개인고객 확보를 위해 프라이빗뱅킹(PB)과 투자은행(IB) 업무 및 상품을 결합한 ‘PIB’ 복합영업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업계에선 하나은행과의 통합이 마무리되면 이 같은 영업전략이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합병을 마무리짓고 2017년까지 총자산 300조원, 순이익 2조원의 은행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재 국내 영업점 수는 345개로 주요 은행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향후 하나은행과 합병이 마무리되면 두 은행의 강점을 살려 개인부터 기업고객까지 아우를 수 있는 영업망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전략도 앞서나간다

외환은행은 최근 금융권의 화두인 ‘핀테크’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해외법인을 통해 이미 핀테크 사업화에 시동을 걸었다. 외환은행 캐나다법인이 개발한 ‘1Q뱅크’가 대표적이다. 1Q뱅크는 스마트폰 기반의 ‘원격은행’이다. 현지은행에 비해 지점 수가 적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놓은 서비스다. 스마트폰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소비자가 예·적금 개설, 국내외 송금, 선불카드 발급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대출서비스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외환은행은 앞으로 ‘1Q뱅크’를 다른 해외 국가에도 적용해 글로벌 핀테크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최근엔 국내 핀테크 사업 기반도 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핀테크지원센터에 참여하고, 하나은행과 함께 ‘핀테크원큐랩’이라는 관련 기업 지원·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외환은행은 이 두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핀테크 창업기업의 아이디어 사업화를 지원하고 하나금융그룹 내 계열사를 통해 실용화한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