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엔저·유로화 약세에 '주력 모델 노후화' 탓
하반기 아반떼·투싼 등 주력 신차 출시



미국 자동차 시장의 호조에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량은 늘었지만 현대차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선진 업체와의 경쟁에 더해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시달려 현대차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미국 자동차시장 조사기관인 오토데이터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량이 SAAR(계절조정 연환산판매) 기준 1천780만대로 2005년 7월 이후 근 10년 만에 최대였다고 보도했다.

저금리에 따라 차량 구입 관련 대출이자가 하락했고 '메모리얼 데이'(매해 5월 마지막 월요일) 프로모션 혜택으로 미국에서 자동차 수요가 크게 늘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살아나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량도 늘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난달 판매는 1년 전보다 각각 3%, 4% 늘었다.

폴크스바겐도 9%의 판매 성장을 보이며 최근 미국 시장에서의 부진에서 벗어났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 가운데 혼다의 판매량은 1.3% 늘었고 도요타는 작년 5월과 비슷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주요 경쟁업체와는 달리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년 전보다 10.3% 줄어든 6만3천610대를 판매했다.

그나마 기아차가 선전해 체면치레했다.

기아차는 작년보다 3.9% 증가한 6만2천433대를 팔아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 격차는 1천여 대에 불과하다.

지난달 미국시장 전체 평균 판매 증가율은 1.6%였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친 점유율은 4월 8.3%에서 5월 7.7%로 떨어져 석 달 만에 7%대로 내려앉았다.

현대차가 4.7%에서 3.9%로 하락했고, 기아차는 3.7%에서 3.8%로 늘었다.

지난달 현대차의 실적이 악화한 것은 환율 등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데다, 모델 노후화, '제값받기' 정책 고수 등이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센티브가 업계 평균을 밑돈데다, 인센티브도 신모델 출시를 앞둔 엘란트라(아반떼)에 집중되다 보니 다른 차종의 판매가 줄었다"면서 "지난해 5월 현대차가 연간 최대 실적을 올린 기저효과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엘란트라는 2만1천774대가 팔려 작년 5월보다 8.5% 증가했다.

반면 쏘나타(-11.7%)와 그랜저(-35.2%), 투싼(-13.4%), 싼타페(-26.4%) 등은 감소했다.

현대·기아차는 올 하반기와 내년 초에 아반떼와 투싼, K5 등 주력 볼륨 모델이 연이어 출시되면 미국 판매 실적도 다시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LIG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의 중국 공장 출하량은 12.1% 감소했다.

현대차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거의 중국 내수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SUV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중국에서 현대차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업체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거대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부진으로 현대차의 지난달 해외 판매량(33만4천309대)은 4월보다 6.1% 줄었다.

현대차에 대한 우려감은 최근 주가에서도 잘 드러난다.

엔저와 해외 판매 부진이 맞물리면서 현대차의 주가는 전날 10% 이상 급락하며 57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이현수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계절적 성수기 효과를 보지 못한 점이 우려된다"며 "현대차에 대한 회복 기대를 하기엔 아직 무리"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