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9·삼성 라이온즈)은 3일까지 한국 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서 400개, 일본 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서 159개의 홈런을 쳤다.

한·일 프로야구에서 정규시즌에서만 559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순간순간을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홈런이다,
이승엽은 "정규시즌 홈런은 2003년 시즌 56호를 쳤을 때를 제외하면 기억에 많이 남지 않는다.

한 경기가 끝나면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정규시즌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승엽의 뇌리에 깊이 박힌 홈런은 그가 '번외 경기'라고 표현하는 포스트시즌과 국제경기에서 나왔다.

이승엽은 한국 포스트시즌에서 59경기를 뛰며 14개의 홈런을 쳤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국제대회에서는 48경기 11홈런을 기록했다.

◇ 2002년 한국시리즈 = 이승엽은 2002년 가을을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꼽는다.

그 행복을 얻기 전까지 이승엽은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그해 11월 10일 대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 3승2패로 앞서던 삼성은 6-9로 뒤진 채 9회말을 맞이했다.

1사 1, 2루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 당시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20타수 2안타의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었다.

'딱' 소리와 함께 이승엽이 양팔을 들고 1루로 향했다.

LG 좌완 이상훈을 상대로 뽑아낸 동점 3점포였다.

LG쪽으로 기울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고, 삼성은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구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승엽은 "정말 가슴에서 응어리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개인 타이틀을 몇 차례 따냈지만 팀 우승은 한 번도 못했던 시기였다.

그때 우승하지 못했다면 해외 진출 시기가 늦어졌을 수도 있다"고 털어놓은 이승엽은 "그만큼 나에게는 우승이 절실했다.

나를 살린 홈런"이라고 2002년 화려했던 가을을 추억했다.

◇ 2008년 베이징올림픽 = 이승엽은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시울이 붉어지려고 한다"고 2008년 8월 22일 중국 베이징 우커송구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을 떠올렸다.

그날 이승엽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올림픽 준결승전, 더구나 상대는 숙적 일본이었다.

2-2 동점이던 8회말 1사 1루 이승엽은 일본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역전 결승 투런포를 쳐냈다.

이승엽은 경기 뒤 인터뷰 도중 눈물을 쏟아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이제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이승엽은 "예선리그에서 너무 부진했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도 삼진-병살타-삼진으로 세 타석을 보냈다"며 "정말 미칠 것 같는데 절박한 순간에 홈런이 나왔다.

그래서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포문이 열리자 거칠 것이 없었다.

이승엽은 다음날(8월23일)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도 1회초 결승 투런포를 쳐냈고, 한국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2006년 WBC = "홈런을 치고 다이아몬드를 도는데 한국 관중 300∼400명만 함성을 지르고, 나머지 4만명DMS 정말 조용하더라. 정말 이상한 침묵이었다.

"
이승엽의 홈런에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이 침묵에 빠졌다.

2006년 3월5일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경기였다.

1-2로 뒤진 8회초 1사 1루, 이승엽은 이시이 히로토시에게서 우월 투런포를 쳤다.

일본 야구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승엽은 "그때 분위기를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1회 WBC에서 이승엽의 이름은 전 세계 야구팬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는 5홈런으로 WBC 초대 홈런왕에 올랐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jiks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