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시장 활성화에 나섬에 따라 향후 펀드 등 관련 시장의 급성장이 기대된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지난달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 방안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및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 대상을 기존보다 2천700만명 가량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간은 자영업자 및 기업 운영 연금 미가입자만 DC형 퇴직연금 및 IRP 등에 가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 방안에 따르면 6천500만명 이상의 사실상 모든 근로자가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이 방안은 의회를 통과하면 오는 2017년부터 발효된다.

아베 정권이 사적연금 시장 육성에 나선 것은 급속한 고령화 추세 속에 날로 심각해지는 연금 재원 마련 문제를 풀면서 자본시장도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연금 지급 부담이 커지자 기업들이 점차 고정된 금액을 지급하는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을 꺼리면서 DC형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사적연금 시장은 여전히 미성숙 단계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현재 DC형 퇴직연금 및 IRP 가입 자격이 있는 근로자 약 4천만 명 중 실제 가입자는 500만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일본 DC형 퇴직연금 및 IRP의 운용 자산규모는 약 10조 엔(약 89조5천억원)에 그쳐 14조 달러(약 1경5천500조원)인 미국 시장의 17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앞으로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중 많은 부분이 현재는 단순 현금 등으로 잠자고 있어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은 이 중 일부만 가져올 수 있어도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현재 DC형 퇴직연금 자산의 약 60% 가량이 원금보장형 현금성 자산에 투자돼 있다.

과거 물가상승률이 낮거나 마이너스였을 때는 실질금리가 높아 이 같은 무위험 현금성 자산 투자도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했다.

이를 감안해 정부도 연금 운영사에 원금 지급 보장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제 정부가 원금 보장 의무조항도 없애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연금 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캐피털그룹의 일본 세일즈 책임자인 다카무라 다카시는 WSJ에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퇴직연금) 시장 중 한 곳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