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하일권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연극 ‘삼봉이발소’. 서울 대학로 위로홀에서 장기 공연 중인 이 연극의 주인공 장미는 외모에 불만이 많은 여고생이다.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이 걸리는 ‘외모 바이러스’라는 병이 퍼지고 있다는 소식에 두려움에 떤다. 이들을 치료해주는 삼봉이발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장미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는다. 부모가 청소년 자녀와 함께 관람하면 소통의 폭을 넓힐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27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많이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문화향수 실태조사를 한 결과 문화예술을 방해하는 가장 큰 이유로 비용 부담(35.5%)과 시간 부족(19.1%)이 꼽혔다. 문화가 있는 날 할인 혜택을 받으면 비싼 공연 관람료에 대한 부담 없이 가족이 공연장을 찾아 대화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서울 동숭동 학전블루소극장에서 지난 15일부터 공연 중인 ‘우리는 친구다’는 5세 이상 어린이가 있는 가족이 즐겁게 볼 수 있는 뮤지컬이다. 부모의 이혼 후 엄마와 함께 사는 초등학교 3학년 민호와 유치원생 슬기 남매가 이사 온 동네에서 새 친구 뭉치를 사귀는 과정을 담았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눈에 띈다.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아버지’는 이 시대 아버지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아서 밀러 원작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의 실업·저임금 문제와 돈 없이 오래 사는 무전장수(無錢長壽) 시대를 맞은 노년층의 고민을 함께 담았다. 이 극장 3관에서 상연하는 ‘여기, 우리가 있었다’는 청소년과 부모가 진솔하게 소통할 수 있는 감성 연극이다.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는 청소년이 부모의 젊은 시절을 살펴볼 수 있는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음악다방 쎄시봉이 인기를 끌던 1970년대가 배경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