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그룹 재건’ 목표의 첫 단추를 끼웠다.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IBK펀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금호고속 지분 100%와 금호리조트 지분 48.8%를 415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계약금 500억원을 IBK펀드 측에 전달했다. 나머지 매각 대금 3650억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 내기로 합의했다. 인수자금은 칸서스자산운용과 농협은행,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의 자체 자금 등으로 조달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고속을 예정대로 인수함에 따라 앞으로 있을 금호산업 인수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금호산업은 물론 연말로 예정된 금호타이어 인수 협상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3년 만에 모태 기업 되찾아

이번 협상 타결로 금호고속은 3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당시만 해도 재계에서 승승장구했다. 한때 자산 규모 기준으로 재계 8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말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기에 빠졌다. 2009년 유동성 위기로 대우건설 재매각을 발표했다. 박삼구 회장은 경영 부진의 책임을 지고 그해 7월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같은해 11월에는 금호생명을 팔았다. 알짜 계열사들을 팔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회생하지 못했다. 2009년 12월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박 회장은 2010년 사재 3300억원으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후 경영이 정상화될 경우 이들 기업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았다. 박 회장은 2010년 말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금난 해소를 위해 금호렌터카 등 알짜 계열사를 연이어 매각했다. 2012년에는 그룹의 ‘모태 기업’인 금호고속 지분 100%와 대우건설 지분 12.3%,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38.7% 등 핵심자산을 9500억원에 IBK펀드에 매각했다.

박 회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2015년을 그룹 재건 원년으로 선언했다. 그룹의 체질 개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해 채권단 자율협약을 완수했다.

○금호산업·금호타이어 인수에 올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가져와야 그룹 재건이 완성된다고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금호고속 인수 성공으로 박삼구 회장이 그룹 재건에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어질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협상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우선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 18일 박 회장과의 개별 협상 방침을 정하고 삼일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기업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채권단은 산출된 기업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다음달 중 행사가격을 제시할 계획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요구하는 7000억원대 가격과 금호 측이 생각하는 6000억원대 사이에서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며 “최근 금호산업의 주가가 떨어지고 있어 지난달 본입찰에 단독으로 응찰했던 호반건설의 제시가격(6007억원)보다 가격이 크게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지분의 42.1%를 갖고 있는 금호타이어 인수도 박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신규 공장 진출 허가가 나지 않는 중국에 공장이 있다는 점 때문에 글로벌 타이어업체들의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수의계약이 결정된 금호산업과 달리 금호타이어의 매각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태”라며 “9.1%의 지분을 가진 박 회장 측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돼 인수를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