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에 대비한 지배구조 밑그림을 완성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제일모직삼성물산은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를 합병키로 결의했다. 오는 7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확정하며, 합병기일은 9월1일이다.

합병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제일모직은 삼성물산 주식 1주당 제일모직 신주 0.35주를 교부할 예정이다. 합병 회사 이름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와 삼성그룹의 창업 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으로 정했다. 1938년 설립된 ‘삼성상회’를 모태로 하는 삼성물산이 그룹의 뿌리임을 감안한 결정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5%를 확보하게 된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와 삼성전자 지분 4.06%를 갖고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로써 ‘이재용 체제’에 대비한 큰 그림은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갖고 있던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직함을 승계했다. 이번에 실제로 그룹 지배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재편함으로써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을 어느 정도 마쳤다.

합병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매출이 약 34조원으로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식음료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서비스 기업으로 재탄생한다. 합병 법인은 핵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너지를 강화해 2020년 매출 6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날 증시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나란히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