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조리사 양성'이 꿈, 경희대 최수근 교수
▲ 경희대학교 조리·서비스경영학과 최수근 교수

조리사들의 멘토인 한국 소스의 아버지 경희대학교 조리·서비스경영학과 최수근 교수.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그를, 푸릇한 봄의 향연이 한창인 청춘의 광장 경희대 교정에서 만나 최근 근황을 들어보았다.





지난해 한 달여간 다녀온 파리는 30여년 전 유학시절의 파리가 아니었다. 청운의 푸른 꿈을 품고 유학을 갔던 프랑스 파리는, 더 이상 새로운 문명이 아닌, 빛바랜 옛날 사진첩에 불과했다. 파리 고유의음식점들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허물 수 없는 높은 벽인 줄 알았던 파리의 식당들은 이미 외국인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카페 주인이 중국인들이 하는 곳도많이 생겼고, 프랑스인 주인에 종업원은 방글라데시나 제3국의 이민자들이 거의 포진해 있었다. 국제화 되어버린 파리는 음식의 질이 떨어졌다. 생선을 다루는 조리사들도 일본인들이 독차지하고 있었으나 30년 전 당시 비공식적이지만 5,000여명의 일본인들이 있었는데 현재는 일본으로 다 돌아갔다. 상업화 되고 퇴색한 파리에 적지 않게 실망은 했으나, 그가 누구인가! 실망 속에서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실력 있는 한국조리사들을 키워내면 세계로 진출할 기회가 많이 생길 거라는 한 가닥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파리 방문은 한국 교육의 근간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교육의 흐름이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산업이 발전하면 관련학과도 활발하고 산업이 무너지면 관련학과도 인기가 없어지는 추세다. 이것이 일관성 있게 학생을 지도해야하는 교육자의 딜레마인 것이다. 규격 규제가 심한 파리의 교육은 초·중·고급 단계로 교육을 시키는데 초급단계를 더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한국의 교육과정은 초·중·고급 과정을 다루는데 기초에 치중하기 보다는 전반적인 것을 가르친다. 완성품은 얼마 가지 않아 만들어내는데, 기초가 약하므로 졸업하면 자신감 있는 요리를 하기가 힘이 든다는 것이다. 스리에 스 스킬 베이직(스톡·수프·소스)을 탄탄하게 할 수 있는 조리사를 배출해야 한다는 생각에 교과 과정을 정리하고 있다. 이 기초만 튼튼해진다면 두려울 것 없이 어디에 서든 자신감 있는 조리사가 될 것이다.





"국제 경쟁력 있는 셰프 교육"





최 교수는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서 발간한 The Professional Chef를 교재로 쓰고 있다. 이 학교는 제2차세계대전후 미국에서 예비군들의 생계를 위한 대책으로 세운 요리학교다. 조리사를 배출하기 위해 2년제 요리전문학교를 만든 것이다. CIA는 철저한 교육으로 기초를 튼튼히 하고 있다. 최 교수 제자 중에도 CIA졸업 후 싱가포르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로 활동하는 이도 있다. 한국에도 제이미 올리버와 같은 국제 경쟁력 있는 셰프들을 많이 배출시키기 위한 고민으로 최 교수는 밤잠을 설친다.



셰프가 발전하려면 관리직과 대화를 해서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에, 산·학인 모임을 만들어 현장 셰프들을 학교에 초빙해서 특강을 시키려 한다. 학생들에게 이론과 실제의 폭을 좁혀주는 산교육을 시킬 계획이다. 조리사도 최고 경영자교육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려면 학생 때부터 마인드를 가지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최수근 교수의 교육철학이다.



앞으로 음식평론가도 배출하여 협회도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음식의 전문적, 객관적 평가를 위한 지식 및 기술학습, 음식평론가로서 갖추어야할 태도와 마인드를 함양시키고 세계의 음식평론 트렌드의 이해와 전문가를 양성시키기 위한 과정이다.



호텔 총지배인이 꿈이었던 그는 관광 특강을 한번 들은 것이 계기가 되어 요리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다. 한국에는 호텔 총지배인이 없다. 총지배인은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총지배인 자격이 있다는 것을 어느 특강을 통해서 안 것이다.



대학 교수직을 하고 있는 지금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꿈이 호텔 총지배인이다. 그 당시 꿈을 이루기에 한국은 너무 막막하고 미래가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지도 않았던 83년에 과감하게 프랑스 유학을 감행했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 올 때는 250가지의 소스 자료를 가지고 와서 한국 최초로 <소스 이론과 실제>라는 책을 출판해서 자료를 공유하였다. 지금까지도 스터디 셀러가 될 정도로 조리사들에게는 교과서인 것이다. 소스 관련 책을 10권 출판하였으며 소스라는 단어를 한국에 각인시킨 분이라고 학계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다. 그가 오늘날 한국 소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풀무원에서 5년 동안 드레싱을 만드는데 참여해서 셰프메이드라는 소스를 만들었다. 발사믹드레싱, 오리엔탈드레싱, 시저드레싱을 만들어 지금도 시중에서 잘 팔리고 있다. 브라운소스도 최 교수 얼굴을 라벨에 넣어 팔고 있다고 한다. 브라운소스는 전문가들이 쓰고 있어서 대중들은 접할 기회는 없다.



한국에 ECA 처음으로 만들어 한국조리학계의 많은 조리사들의 멘토인 최수근 교수도 인생의 멘토가 있다. 프랑스가 낳은 현대 요리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어거스트 에스코피에(Auguste Escoffier 1847~1935)이다. 요리의 바이블을 만든 에스코피에를 기려 1990년에 한국 ECA(ESCOFFIER CULINARY ACADEMY)를 만들었다. 이것은 모국인 프랑스보다 10년을 앞선 것이다. 2000년도에 프랑스 ECA에서는 무단으로 한국에서 ECA를 만들었다고 항의를 했으나, 그 후 그의 공로를 인정하는 메달을 만들어 한국을 찾아왔다. 최 교수는 한국ECA 회장직을 18년 동안 맡고 있다가 후배들에게 물려주었다.





2018년 아시아권 총회 추진





1990년부터 일 년에 3명씩 현직에 있는 조리사를 뽑아서 훈련을 시키고 있다. 현재 한국 ECA 회원은 50여명이다. 신구의 연결을 도모하는 데 교량 역할을 든든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국제 팀을 만들어 훈련시키고 국제 경쟁력 있는 10명의 셰프들을 키울 생각이다. 앞으로 한국 조리계를 이끌어나갈 든든한 버팀목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권 에스코피에 대회가 2018년에 한국에서 총회를 연다.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9개국이 참여하는데 다른 나라는 조리사협회에서 지원을 하고 있어 활동이 활발하다. 한국은 지금까지는 최 교수 개인과 회원들 회비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지난해부터는 기업에서 한 달에 500만원씩 지원을 받게 되어 활력을 얻었다고 한다.



올해 경희대 조리과 40년을 기념하고 있다. '과거·현재·미래 포럼전'을 준비하는 최수근 교수는 그의 지나온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개인으로서도 총정리의 장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의 항해는 후학을 사랑하고 조리학계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끝이 없이 달리고 있다. 15일 스승의 날에도 최수근 교수의 가슴엔 가슴 뭉클한 감사의 카네이션 한 송이가 달려있었다.





손시권 한경닷컴 문화레저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