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편, 예상 넘어선 흥행…어촌편은 요리쇼로 정선편 압도

'밥심'이 이렇게 대단할 줄 다들 미처 알지 못했다.

지난가을부터 방송가에 파란을 일으켰던 케이블채널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가 15일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10월 정선편과 올해 1월 어촌편에 이어 3번째로 선보인 이번 '삼시세끼'는 본편처럼 강원도 정선이 그 무대다.

두메산골이나 외딴 섬에서 밥 한 끼 차리는 일을 보여준 것이 전부인 '삼시세끼'의 예상을 넘어선 흥행은 금요일 밤 다른 지상파 예능과 드라마를 무력하게 했다.

지상파 편성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친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저력을 분석했다.

◇ "망했다"고 하더니…돌풍 일으킨 정선편
지난해 10월 17일 1회를 방영한 정선편 본편은 나 PD의 페르소나인 배우 이서진의 "이 프로그램, 망했다"는 선언과 함께 시작했다.

이서진 고백에 엄살이 다소 섞였겠지만, 방송가 안팎에서도 예능치고는 삼삼해 보이는 '삼시세끼' 성공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삼시세끼'는 그 삼삼함으로 승부수를 띄웠고, 전략은 제대로 통했다.

이서진과 옥택연이 맷돌로 커피를 내리고, 염소 젖으로 치즈를 만들고, 말린 고추를 빻아 고춧가루를 만드는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는 재미는 남달랐다.

평소 세끼는커녕 한 끼 식사도 온전히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은 세 끼 밥상을 차려내는 일에만 몰두하는 둘을 보며 힐링했다.

다른 예능에서 익숙히 보았던 수다와 벌칙을 걷어낸 것도 '삼시세끼' 매력이다.

대신 그 자리에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장독대와 구름이 흘러가는 조용한 하늘, 꼬물거리는 강아지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물론 '삼시세끼'는 최지우, 고아라 등 매회 화제의 인사들을 손님으로 초대하고 센스 넘치는 자막을 덧입히는 등 양념을 적당히 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결과 정선편은 첫회부터 평균 4.6%(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최고 5.6%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종영 전까지 케이블 채널 동시간대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2일 방송분은 평균 9.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 "형보다 나은 아우"…본편 압도한 어촌편
새해와 시작된 어촌편은 외딴 섬 만재도로 무대를 옮기고 출연진도 배우 차승원과 유해진, 한류스타 장근석으로 새롭게 진용을 꾸렸다.

그러나 16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장근석의 탈세 의혹에 따른 하차라는 악재가 터졌고 장근석 출연 분량을 편집하느라 방송이 한 주 늦춰지기까지 했다.

위기에 몰리는가 했던 '삼시세끼'는 장근석 분량을 깔끔하게 도려낸 첫 회에서 9.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편의 최고 시청률을 단숨에 뛰어넘는 놀라운 성적이었다.

오히려 장근석 사태가 프로그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키웠다는 분석도 잇다.

5회에서는 평균 14.2%, 순간 최고 16.3%로 tv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는 등 지상파도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냈다.

금요일 밤 시청률 왕좌를 지켜온 SBS TV 예능 '정글의 법칙'도 위협했다.

KBS 2TV는 급기야 금요 미니시리즈를 신설하고 1월 9일부터 첫 작품 '스파이'를 야심 차게 선보였지만, tvN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돌아온 MBC TV '나는 가수다3'도 맥을 못 추었다.

정선편 본편의 매력이 어설픔에 있었다면, 어촌편은 작정했다는 듯이 노련함으로 우리를 홀렸다.

그 중심에는 '차줌마'로 불리며 주부 9단도 못 따라갈 현란한 요리쇼를 선보인 차승원의 활약이 있었다.

변변한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없는 곳에서 홍합짬뽕, 누룽지탕, 계란말이, 콩자반, 꽃빵, 어묵, 홍합밥, 홍합미역국, 거북손 무침, 식빵, 초밥, 해산물 피자 등이 차승원의 손을 거쳐 나올 때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경탄이 절로 나왔다.

◇ 정선편2로 마무리…나 PD의 '꿈' 통할까
정선편2는 '삼시세끼'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라는 데서 의미가 크다.

새로운 곳으로 무대를 옮긴 것도 아니고, 멤버도 김광규가 합류한 것을 제외하고는 본편 그대로인 정선편2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비책은 무엇일까.

나 PD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편에는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면서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자연과 동식물이 있고 익숙하지 않은 삶에서 좌충우돌하면서도 그 상황을 즐기는 데 대한 판타지가 있다"고 밝혔다.

정선편2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농사 프로젝트다.

두 달 남짓 방송된 본편, 어촌편과 달리 이번 편은 장장 4개월 동안 거대한 밭에 씨를 뿌리는 것부터 시작해 옥수수를 수확하는 전 과정을 담는다.

나 PD는 "(농사 프로젝트가) 늘 꿈이었다"면서 "한 번쯤은 어떻게 싹이 틔어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지, 그 땀과 노동을 통해 얻는 기쁨을 시청자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나 PD의 꿈과 판타지를 담았다는 정선편2가 마주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선편2는 요즘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한류스타 김수현의 복귀작인 KBS 2TV '프로듀사'와 15일 나란히 출발했다.

어촌편의 화려한 요리쇼를 기억하는 시청자들도 정선편2에는 부담이다.

나 PD는 "세 남자가 서툴지만,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농사와 요리를 하면서 나름의 만족감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시청자들도 대리만족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