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1분기 실적 '울상'…모바일 사업 시동걸까
1분기 영업익 448억, 인센티브 반영으로 부진했다는 평가
모바일 사업 본격화 선언에 주가 장중 '급등'…"주주요구 외면 어렵다"


엔씨소프트가 13일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리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부진한 실적이 모바일 사업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사진)가 넥슨과의 경영권 다툼 이후 모바일 사업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에 마냥 침묵하기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48억67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8% 증가했다고 이날 개장 전 밝혔다. 다만 영업이익의 경우 전분기 대비로는 48.65% 감소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1881억1300만원으로 5.59%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356억100만원으로 2.57%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매출액의 경우 예상치에 대체로 부합했지만 직원들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등으로 영업이익이 시장의 기대치보다 낮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리니지는 여전히 견고한 매출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리니지2의 경우 이벤트 프로모션 부재로 매출이 줄었다"고 지적하며 "다만 사용자 트래픽이 안정적인 점은 오는 2분기 이후 반등을 기대하게 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원도 "영업이익의 경우 뜻하지 않은 인센티브 지급이 90억원 반영돼 시장의 기대치에 못미쳤다"며 "지난해 4분기 워낙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이번 실적 부진은 예고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주주들의 관심은 엔씨소프트의 기술력이 언제 모바일 시장에서도 나타날 수 있을지다.

그동안 시장 안팎에서 엔씨소프트에 모바일 사업 추진에 대한 요구가 줄기차게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엔씨 측은 사실상 '잘하는 것을 계속 하겠다'는 입장으로 모바일 사업에 별다른 노력을 쏟지 않아왔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번 실적 부진이 모바일 사업에 시동을 거는 본격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 정기주주총회에서 넥슨과의 경영권 다툼 이후 주주들의 요구에 회사 측이 마냥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어서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실적 발표후 콘퍼런스콜을 통해 하반기에는 모바일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내부적으로는 자체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신작 출시로, 외부적으로는 넷마블과 협력을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윤재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모바일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시장별 특성에 맞는 게임으로 공략해 나갈 예정"이라며 "엔씨의 대표 IP를 활용한 게임으로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실리콘 벨리에 모바일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등 모바일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주가도 출렁였다. 부진한 실적에 대한 실망감에 장중 5% 이상 급락했던 주가는 모바일 사업 본격화 선언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오후 2시30분 현재 6% 이상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넥슨과 경영권 분쟁 이후 그동안 주주들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모바일 사업에 대해 김택진 대표가 마냥 손을 놓고 있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김 대표가 밝혔던 것처럼 올해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등의 모바일 출시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