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한 한·일 양자협의가 22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다.

외교부는 양국이 협의 날짜를 22일로 확정하고 수석대표의 급을 비롯한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8일 발표했다. 차관보나 국장급이 수석대표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의는 일본의 세계유산 등재 문제가 논란이 된 이후 양국이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말 일본에 양자 협의를 제안했으며 일본 측은 이달 초 협의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정부는 이 협의에서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강제징용을 외면한 채 산업혁명시설로 미화하는 것은 또 다른 역사왜곡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일본이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에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을 명시하거나 해당 시설에 강제징용 기념비를 설치하는 등 여러가지 대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측은 이 시설이 강제징용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어서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850∼1910년 사이 산업혁명의 보편적 가치가 있는 유산이며 이미 전문가 기관으로부터 등재 권고 판정을 받은 시설”이라며 “한국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메이지 시대 근대 산업시설 23곳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신청하면서 강제징용 사실은 명기하지 않았다. 해당 시설에는 조선인이 강제노역한 하시마 탄광 등 강제징용시설 7곳이 포함돼 있으며 5만7900명의 한국인이 강제동원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최근 이 시설에 대해 ‘등재 권고’ 결정을 내렸다. 최종 등재 여부는 6월28일~7월8일 독일 본에서 열리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21개국의 위원국들의 표결로 결정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