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 "EU 탈퇴 국민투표 포기 안해"…시장 불확실성 커질 듯

7일 실시된 영국 총선 결과 보수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예측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이탈) 우려가 고조될 전망이다.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017년 이전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를 약속했다.

출구조사 결과 보수당-자유민주당 연정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정권 연장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투표 결과가 출구조사 결과와 비슷하게 나올 경우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 여부가 본격적인 이슈로 등장해 시장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가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보다 파장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선거를 앞둔 지난 1주일 영국 파운드화는 브렉시트 우려를 포함한 정치구도 불확실성 속에서 약세를 보였다.

파운드화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0.85% 내렸다.

반면 유로화는 0.65% 올랐고, 일본 엔화도 0.24% 내렸지만, 하락폭은 파운드화보다 작았다.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도 소폭의 하락세를 보였지만 세계 증시가 전반적인 약세를 보인 점에 비춰보면 특이한 흐름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보수당 재집권이 예상됨에 따라 영국 내 EU 탈퇴 논쟁과 영국과 EU 회원국들 및 당국 간 협약 개정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포함한 브렉시트 우려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독일 베텔스만 재단과 민간경제연구소 Ifo는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2030년 국내총생산(GDP)이 작년보다 14% 감소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놨다.

이들은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스웨덴, 몰타, 키프로스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국제 컨설팅업체인 그랜트 솔톤이 36개국의 경영인 2천600명을 설문한 결과, 유로존 응답자의 3분의 2는 영국의 EU 이탈이 유럽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영국산업연맹(CBI)도 EU 탈퇴는 영국의 미래 경제를 해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영국의 EU 탈퇴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캐머런 총리는 EU 회원국 지위 조정을 위한 협약 개정과 일부 EU 권한을 회원국으로 돌려주는 등의 개혁을 요청하고 이에 대한 협상을 벌인 뒤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영국 경제의 유로존 통합 진전을 거부하고 이민자 문제 등에서 EU 인권법 대신 영국 인권법을 적용받기를 원하고 있다.

영국 핵심 산업인 금융에 대한 EU 차원의 규제 강화 움직임도 거부하고 있다.

보수당은 한해 60만명에 달하는 이민자 수를 10만명 수준으로 축소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19년까지 영국과 EU 협약 개정에 관한 협상을 벌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협약 개정 문제는 '실현 불가능한 과제'에 가깝다"며 "개정하려면 유럽의회 및 28개국 의회가 모두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캐머런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하면 협약 개정에 관한 EU 지도부와 절충점을 찾아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영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들이 나오는 가운데 EU 탈퇴 국민투표 강행 여부를 결심해야 하는 선택에 부닥치게 된다.

영국 내 여론조사 결과는 EU 탈퇴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았으나 최근 들어 찬성과 반대 의견이 비슷한 추세를 나타내며 브렉시트 우려를 키우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