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푸드트럭 이렇게 될 줄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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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지난해 4월9일 본 칼럼에 ‘푸드트럭 몇 개나 생길까’라는 글을 썼다. 당시는 규제개혁 끝장토론 결과 푸드트럭이 규제개혁의 아이콘으로 막 떠오를 때였다. “10년간 불법이던 것이 10분 만에 합법화됐다”는 호들갑도 적지 않았다. 1년여 전 쓴 칼럼의 요지는 이렇다.
“정부가 바닥면적 0.5㎡ 이상인 소형 경트럭을 푸드트럭으로 개조하는 것을 허용했지만 이 정도 면적으로는 식품위생법이 요구하는 시설기준을 맞추는 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 전국 350여개 유원지와 놀이공원 내에서만 영업을 허용했는데 이미 상권이 형성된 이곳을 뚫고 들어가는 게 결코 만만치 않다. 결국 푸드트럭은 상당한 자금력으로 음식점 못지 않은 시설을 갖추고 놀이공원 내 상권을 뚫고 들어갈 수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해프닝으로 끝나가는 푸드트럭
예상은 적중했다. 푸드트럭 규제개혁이 이뤄진 지 1년이 지났지만 전국을 통틀어 영업 중인 합법적 푸드트럭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2000여대의 트럭 개조 수요가 있고 6000여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던 정부의 호언은 완전히 무색해졌다. 사실 이런 결과는 푸드트럭에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뻔히 내다볼 수 있는 것이었다. ‘소규모 자본의 푸드트럭’이라는 이상과 ‘식품위생법상 시설기준’이라는 현실 사이에는 너무나 큰 간격이 있다. 그렇다고 푸드트럭을 위해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식품위생법의 시설기준을 완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애당초 담당 공무원들이 이런 모순을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누구도 “이건 안된다”는 직언도,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푸드트럭의 성적표가 신통치 않자 공무원들이 한 것이라고는 허용 지역만 계속 확대했을 뿐이다. 유원지·놀이공원(2014년 8월)에서 도시공원·하천·체육시설(2014년 10월)로, 올 상반기 중엔 다시 대학까지 포함시킬 계획이다. 대학에 푸드트럭이 허용된다고 하니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커핀그루나루(커피) 죠스푸드(분식) 제너시스BBQ(치킨) 등이 건국대 서강대 연세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한다.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던 푸드트럭 규제완화가 자본력을 갖춘 몇몇 프랜차이즈의 대학 내 이동식 점포 개설이라는 엉뚱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엉터리 규제개혁 아이콘되나
대통령을 포함해 규제개혁 끝장토론에 참여했던 이들은 아마도 건실한 청년들이 길거리 곳곳의 작은 푸드트럭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상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처음부터 아예 불가능했다. 게다가 푸드트럭은 애초에 길거리로 나갈 수도 없었다. 불법 포장마차나 노점상들이 푸드트럭과의 형평성을 들고나오면 뒷감당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트럭 개조업자의 말만 듣고 차량 개조만 허용해주면 마치 모든 일이 술술 풀릴 줄 알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푸드트럭 규제완화는 하나의 해프닝이었다. 좀 심하게 말하면 규제완화 시늉만 내고 국민들을 속였다고도 볼 수 있다. 푸드트럭 사례는 이벤트성 규제개혁이 왜 실패하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공무원들이 규제개혁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새삼 알게 해줬다. 하지만 실패에서 배운다고 했다. 규제개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다시 이런 엉터리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푸드트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정부가 바닥면적 0.5㎡ 이상인 소형 경트럭을 푸드트럭으로 개조하는 것을 허용했지만 이 정도 면적으로는 식품위생법이 요구하는 시설기준을 맞추는 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 전국 350여개 유원지와 놀이공원 내에서만 영업을 허용했는데 이미 상권이 형성된 이곳을 뚫고 들어가는 게 결코 만만치 않다. 결국 푸드트럭은 상당한 자금력으로 음식점 못지 않은 시설을 갖추고 놀이공원 내 상권을 뚫고 들어갈 수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해프닝으로 끝나가는 푸드트럭
예상은 적중했다. 푸드트럭 규제개혁이 이뤄진 지 1년이 지났지만 전국을 통틀어 영업 중인 합법적 푸드트럭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2000여대의 트럭 개조 수요가 있고 6000여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던 정부의 호언은 완전히 무색해졌다. 사실 이런 결과는 푸드트럭에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뻔히 내다볼 수 있는 것이었다. ‘소규모 자본의 푸드트럭’이라는 이상과 ‘식품위생법상 시설기준’이라는 현실 사이에는 너무나 큰 간격이 있다. 그렇다고 푸드트럭을 위해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식품위생법의 시설기준을 완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애당초 담당 공무원들이 이런 모순을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누구도 “이건 안된다”는 직언도,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푸드트럭의 성적표가 신통치 않자 공무원들이 한 것이라고는 허용 지역만 계속 확대했을 뿐이다. 유원지·놀이공원(2014년 8월)에서 도시공원·하천·체육시설(2014년 10월)로, 올 상반기 중엔 다시 대학까지 포함시킬 계획이다. 대학에 푸드트럭이 허용된다고 하니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커핀그루나루(커피) 죠스푸드(분식) 제너시스BBQ(치킨) 등이 건국대 서강대 연세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한다.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던 푸드트럭 규제완화가 자본력을 갖춘 몇몇 프랜차이즈의 대학 내 이동식 점포 개설이라는 엉뚱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엉터리 규제개혁 아이콘되나
대통령을 포함해 규제개혁 끝장토론에 참여했던 이들은 아마도 건실한 청년들이 길거리 곳곳의 작은 푸드트럭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상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처음부터 아예 불가능했다. 게다가 푸드트럭은 애초에 길거리로 나갈 수도 없었다. 불법 포장마차나 노점상들이 푸드트럭과의 형평성을 들고나오면 뒷감당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트럭 개조업자의 말만 듣고 차량 개조만 허용해주면 마치 모든 일이 술술 풀릴 줄 알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푸드트럭 규제완화는 하나의 해프닝이었다. 좀 심하게 말하면 규제완화 시늉만 내고 국민들을 속였다고도 볼 수 있다. 푸드트럭 사례는 이벤트성 규제개혁이 왜 실패하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공무원들이 규제개혁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새삼 알게 해줬다. 하지만 실패에서 배운다고 했다. 규제개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다시 이런 엉터리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푸드트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