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결국 사의를 밝혔다. 중남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도 반나절만에 사의를 받아들였다. 현직 총리로서 검찰에 소환당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성완종 뇌물 파문에 관련돼 있는 건지는 차차 밝혀질 일이다. 총리 한 명 뽑기가 이리 어렵고, 그 자리를 지키는 것도 이렇게 힘들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 허탈할 뿐이다.

이 총리 사퇴로 인한 국정공백을 우려하는 보도가 많지만 이 정부 들어 국정공백은 오히려 총리를 선임하는 과정 자체가 초래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정홍원 전 총리를 빼고는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 등 세 사람이 모두 낙마했다. 특히 문창극 후보자는 KBS가 그의 강연 동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왜곡 보도함으로써 억울하게 희생된 사례다. 그 과정에서 그는 청문회까지 가겠다며 의지를 보였지만 오히려 청와대가 머뭇거리자 스스로 사퇴하고 말았다. 그래서 청문회 통과가 쉬운 현직 의원 카드로 선택된 사람이 이 총리다. 우여곡절 끝에 임명됐던 그도 결국 63일 만에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 정부 들어 반복된 총리 인준 파문과 정치공방, 그리고 이 총리 사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국민은 크게 실망했다. 오죽하면 정홍원 전 총리를 일단 출국금지시켜 놓고 다시 총리 자리를 맡겨야 한다는 농담까지 나돌고 있을까.

능력있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더 큰 문제는 인사청문회에 있다. 새파란 정치 초년생들이 고함을 지르고, 그 자신 전과자인 의원들까지 나서서 멀쩡한 사람을 난도질하는 풍토에서 누가 총리, 장관을 하겠다고 나오겠는가. 애국심에 호소해 맡아달라기에는 다운계약서, 위장전입, 논문표절, 부동산 투기 등 ‘과거의 관행’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적은 것도 현실이다. 이래저래 대한민국은 인재난이다.

대통령제의 장점이 능력 있는 인사를 골라 쓸 수 있다는 것인데, 그 장점이 인사청문회 때문에 전혀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홍역을 치러가며 국무총리를 다시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나라가 정말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