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세계1위 등극 불꽃경쟁
세계 가전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시장을 지배하는 절대 강자가 없다. 1~5위 업체들이 근소한 차이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움츠러들었던 가전시장이 최근 회복하면서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월풀과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는 각각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우며 가전시장 패권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에 맞서 올해 세계 가전업계 1위 등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치열해지는 1~5위 간 선두 경쟁

TV를 제외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주방기기 등을 아우르는 가전업계(생활가전업계)의 시장 상황은 복잡하다. 지난해 매출만 따져보면 월풀이 21조7500억원으로 1위다. 이어 삼성전자(17조7300억원), 독일 보쉬지멘스(16조5700억원), LG전자(16조1000억원), 일렉트로룩스(13조9300억원) 순이다. 월풀이 한참 앞서 있고 삼성전자, 보쉬지멘스, LG전자가 뒤쫓고 있는 구도다. 일렉트로룩스는 다소 뒤처져 있다.

하지만 가전업계에서 보는 실상은 약간 다르다. 우선 월풀은 단일 브랜드 매출이 아니다. ‘월풀 그룹’이 거느린 월풀 메이텍 키친에이드 등 다양한 브랜드 매출을 모두 더한 숫자다. 월풀이라는 단일 브랜드 매출만 따지면 다른 선두권 업체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가전 매출에도 ‘허수’가 들어 있다. 보통 가전으로 분류하지 않는 의료기기와 프린터가 삼성전자 가전 부문 매출에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하면 삼성전자의 가전 매출은 15조원 안팎으로 줄어든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단일 브랜드 기준으로 보면 1~5위권 업체가 각각 14조~16조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하며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삼성·LG, 가전 1위 가능할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세계 가전업계 1위 등극을 목표로 삼고 있다. 물론 ‘단일 브랜드 기준’이다. 하지만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선 세계 가전시장엔 나라마다 ‘지역 강자’가 버티고 있다. 미국에선 월풀이, 유럽에선 일렉트로룩스가 우세하다. 한 업체가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지배력을 갖고 있지 않다 보니 특정 국가에서 기존 세력을 밀어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선 중국 업체들의 텃세가 심하다. 예컨대 세계 에어컨 시장 1위를 자부하는 LG전자도 중국 에어컨 시장에선 거의 맥을 추지 못한다.

해외 경쟁사들의 M&A를 통한 몸집 키우기도 변수다. 월풀은 지난해 중국 가전업체 허페이산요와 이탈리아 가전업체 인데시트를 사들였다. 일렉트로룩스도 작년 9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며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단일 브랜드 여부와 상관없이 합종연횡을 통해 몸집을 키우며 가전시장 패권 장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일렉트로룩스는 활동무대를 유럽에서 미국으로 넓히고 있다. 글로벌 가전업계에선 “월풀 다음으로 가장 무서운 업체는 일렉트로룩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런 상황에서 프리미엄 가전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지역 특화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신흥시장을 잠식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가전시장 성장성이 상대적으로 월등히 높다”며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리면 매출뿐만 아니라 이익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