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증시의 폭등 장세를 놓고 '파죽지세', '질풍노도' 수식어까지 등장했다.

지난 주말 상하이종합지수가 24.72%, 홍콩 항셍지수가 15.54%의 상승률로 각각 금융위기(2008.3) 이후 최고치로 급등하자 블룸버그 등 서방 언론은 물론 중화권 매체까지 가세해 '거품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초대형 중국기업 탄생'(파이낸셜 타임스) 경계에서부터 '이성적 대응(대만 중국시보)' 권고, '제3증시(新三板) 깡통구좌' 가능성 경고까지 반응이 다양하고 메시지들도 예사롭지 않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자본시장정책연구원의 안유화 박사는 "주가 고공행진이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개혁정책과 금융시장 선진화 등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한 것이자 거품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펀더멘탈보다도 정책의 호재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구조적 문제(政策證市)나 '금리·환율 등 시장화 개혁에 따른 변동성 확대', '주가 왜곡 가능성 심화' 등 위험 요인을 유의해야 한다는 권고도 덧붙였다.

반면, 익명의 아시아 증권사 관계자는 "과열 기미가 있지만 거품은 아니며 8년 만의 2천 포인트 상승도 단기 급등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61% 폭락한 2007년에 비해 거시경제 환경이 개선되고 정치·사회적 안정, 서비스 산업 발전과 실질적 구매력 증가, 부동산 투자 자금 유입 가능성 등으로 체질도 강화된 만큼 상승 여지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과열·거품론
블룸버그는 7일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는 IT 업종의 7일 현재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220배까지 치솟았다"는 논평으로 중국증시 거품론을 제기했다.

작년에 기업공개(IPO)한 147개 IT종목 중 최고 실적을 낸 베이징 톈리(天利) 모바일 서비스는 이후 주가가 1천871% 뛰면서 PER도 379배에 달했고, 중국 IT 종목의 PER은 2000년 미국 IT에 비해 평균 41% 높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텅빙성 베이징 창장(長江)경영대학원 교수도 "거품이 형성되고 있고 주가가 너무 고평가돼 있다"고 경고했다.

제임스 매킨토시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는 14일 중국증시에 거품 징후가 농후하며, 폭락 전에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경고했다.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 자료가 있는 상하이 증시 종목의 약 3분의 1과 선전 증시 종목 약 절반의 예상 실적 기준 PER이 50배 이상으로 뛴 것도 예로 들었다.

또 선전의 1천541개 종목 중 270개가 올해 최소 두 배 이상으로 폭등했고 다른 662개 종목은 50% 이상 급등한 반면, 하락 종목은 단 3개에 그친 점도 예시했다.

하이퉁(海通)증권의 천루이밍은 증시 폭락 시기의 예상이 어렵다며 "문제는 투기 조짐이 갈수록 완연해진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IT주 열풍의 상당 부분이 거품일 수 있음을 간과하면 안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중국 내부의 경고음도 눈길을 끈다.

항저우셴바오(杭州縣報)는 7일 '제3증시 거품 출현 경계' 제하의 기사에서 "중소기업 자금 조달을 돕고자 수년 전 개설된 제3증시(新三板)의 투자자마다 금광을 발견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향후 투자 잘못으로 '깡통계좌'로 전락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만 중국시보는 13일 '중·홍콩증시의 맹렬한 급등 장세에 대해 이성적으로 대응하자(理性看待漲勢又急又猛的陸港股市)' 제목의 사설에서 "홍콩과 중국 당국은 물론 신화사, 중국증권보 등 언론들도 투자가들에게 '증시에 오르막만 있는 게 아니다'며 신중한 투자를 호소하고 나섰다"며 냉정한 대응을 당부했다.

관방 언론까지도 '과열' 경고 대열에 가세한 것이다.

◇리스크 상존 vs. 상승 여력
한국 국제금융센터의 최성락 차장은 상하이 주가가 3월 이후 25% 급등(4월13일 현재)한데다 투자자 유입 급증, 단기매매 증가, 신용거래 확대 등 과열 현상이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증시의 급등세가 정책효과에 대한 기대와 고수익 추구를 위한 단기 투자에 주로 기인하고 있어 경제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당한 조정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책성과와 무관하게 정책 기대만으로 투자심리가 고조되면서 기업실적과 경제지표 흐름과 괴리가 확대되고, 신용거래 급증에 따라 변동성 리스크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안유화 박사는 선전증시의 첨단 종목이나 고부가가치 산업육성 정책관련주들의 상승폭이 큰 점을 들어 정부 중점정책 관련 종목들의 상승 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증시가 '정책시장' 성격이 있음에도 개인투자자들이 정책방향이나 흐름을 잘 읽지 못하거나 '묻지마 투자'에 열광하는 상황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투자자 중 기관투자가는 10% 수준에 불과하다.

그는 내국인 종목인 A주나 H주(홍콩증시 상장 중국기업주)와 달리 가격 변동이 적었던 B주(외국인 대상주)시장이 출렁인 것을 일반 투자가의 증가세로 해석하면서, 이런 상황이 방치되면 2007∼2008년의 폭락장세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금융센터의 이치훈 박사는 중국증시에 고평가 측면이 있다고 전제하고 "최근 과열 기미나 활황 장세는 장기간 오르지 않고 위축장세가 지속된데 대한 반발 현상으로 볼 수 있어 거품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단기 급등에도 불구 주가가 성장률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조정이 있겠지만 통화정책 완화나 부동산 투자금의 증시 유입 가능성이 있어 과거처럼 단기 급락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선완훙위안(申萬宏源) 그룹의 자산운용 리서치 책임자 구이하오밍은 "고평가됐다고 꼭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며 수익이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거품 우려에도 중국증시의 IT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에 안도한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중국증시의 IT 비율은 시가총액의 약 13%로, 닷컴 붕괴 때 미국의 31%에 못미친다.

지속적인 경제개혁과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수혜, 추가 금융완화의 기대감, 본토증시의 외국인 대상 개방 등도 "단기내 폭락이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의 주요 근거다.

'거품' 주장을 폈던 칼럼리스트 매킨토시도 중국이 역사상 가장 뛰어난 경제체제 전환을 실현한다면 증시에 큰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천당과 지옥 오간 2007∼2008년 증시
중국 증시가 2001년 6월14일 2,245까지 오른 후 오랜 침체를 겪게 되자 당국은 '비유통주 개혁' 조치를 내놓았다.

이에 힘입어 10% 이상 고도성장했다.

5년 후인 2006년 12월14일 이후 10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새로운 고점인 6,124에 이를 때까지 활황 정도가 아닌 질풍노도의 폭등세를 연출했다.

'미친 소(狂牛)' 장세로 불리며 2,500에 이어 3,000, 3,500, 4,000, 4,500, 5000, 5,500, 6,000에 이를 때까지 중국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주식투자 대열에 뛰어들었다.

주식의 평균 PER이 80배까지 도달하자 국내외에서 '거품'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날로 증폭됐다.

이후 정반대 상황의 폭락장세가 10개월간 이어졌다.

2006년 12월14일 2,249, 2007년 10월16일 6,124에 이어 2008년 9월3일 2,248까지 중국 증시는 완벽한 '역 V자형'의 대칭을 나타낸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