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美국방장관 접견…카터 "재균형정책의 비밀은 무기 아닌 동맹"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북한의 위협과 관련, "과거와 같은 북한의 도발→위기조성→타협→보상→도발의 악순환은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을 접견하고 "북한은 남북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카터 장관이 천안함 안보공원을 방문한 것과 관련, "북한은 천안함 피격 관련, 우리와 국제사회의 명확한 조사 결과 제시에도 자신들의 소행을 아직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인권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결국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은 동북아 지역의 안보와 평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카터 장관은 "한미동맹에 있어 도발에 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 고수가 필수적"이라면서 "진정한 동맹은 동맹에 제약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운명과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동맹국인 한국의 의지를 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균형 정책의 비밀은 첨단 무기 체제나 다수의 탱크 확보라는 물(物)적인 것보다는 한국과 같은 동맹국과의 신뢰를 심화하는 것"이라면서 "아태 지역에 미국의 미래가 있다"고 밝혔다.

'첨단 무기'보다 '동맹국과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카터 장관의 이런 발언은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둘러싼 국내 논란과 함께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문제에 엇박자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과 관련, "북한의 핵개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사이버 공격 등이 한국과 전 세계의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권 전환과 공고한 한미동맹 유지 등을 통해 북한을 제압하는 '부전승'이 최상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카터 장관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예멘과 다르게 한반도 평화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바로 굳건한 한미동맹 덕분"이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의 소니사 및 한수원 해킹 사태 등과 관련, "북한의 사이버 공격 위협에 대해 한미간 사이버 안보협력이 필수적"이라면서 한미간 국방우주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밖에 카터 장관은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 대사가 피습당했을 때 한국 국민이 보여준 돈독한 우정에 사의를 표시했으며 아덴만에 있는 청해부대 왕건함을 통해 예멘에 있는 미국인 2명의 철수를 지원한 것에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카터 장관은 "지금과 같이 공고한 한미동맹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최강의 상태"라면서 "글로벌 동맹으로 진화해 정치, 경제 등 다방면에서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축이 되도록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취임한 카터 장관은 동북아 지역 순방차 전날 방한했다.

이날 접견에는 우리측에서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등 7명이, 미국측에는 리퍼트 대사,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데이비드 시어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등 7명이 배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