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태평양·대서양 상공서 잇단 '전투기 도발'

러시아가 최근 동쪽으로는 베링 해를 중심으로 한 북극권에서, 서쪽으로는 북대서양에서 전투기 초계활동을 강화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미 전투기 F-22는 지난해 알래스카 주의 틴 시티 공군기지에서 10차례 긴급 출격을 감행했다.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긴급 출격은 미국과 러시아가 마주 보는 베링 해 상공에 러시아 폭격기 Tu-95 베어와 미그-31 전투기가 어떤 사전 통보나 자체 신호 없이 갑자기 출몰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는 베링 해를 사이에 놓고 공중에서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을 지속하는 형국이다.

심지어 러시아 전투기들은 캘리포니아 북쪽 해안에서 50마일 떨어진 곳까지 남하하는 '도발'을 감행하기도 한다고 미 공군 당국자는 전했다.

유럽에서는 북대서양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나타나 영국과 아일랜드, 스웨덴, 노르웨이 군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영국 국적의 민항기는 영국 해협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사전 통보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다른 항로로 회항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나토군은 지난해 러시아 전투기 감시활동을 위해 100여 차례 출격했으며, 이는 전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전투기의 `도발'은 지난해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태평양과 대서양에서 전투기 초계활동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냉전 이후 폐쇄했던 전 소련 군기지 10곳을 다시 개장했다.

게다가 러시아의 북극권 지역 최대 도시인 세베로드빈스크의 조선소에서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핵잠수함 4대가 건조되고 있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이에 맞서 미국도 지난해 1억2천600만 달러(1천367억 원)를 투입해 틴 시티 공군기지와 북극권 해안 지역의 레이더 기지를 업그레이드 했다.

아울러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북극권 지역에서 미 전략 전투기를 포함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다.

지난주에는 네브래스카와 루이지애나 주 공군기지에서 B-52기 4대를 북해 지역에 출격시키기도 했다.

내년에는 알래스카 주 아일슨 공군기지에 차세대 전투기 F-35 비행중대를 처음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윌리엄 E. 고트니 미 국방부 북부 사령관 겸 북미 항공방위사령관은 "우리는 북극권의 전략적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면서 "지금이 `제2차 냉전'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아직 냉전이 끝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