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인들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인들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제가 아는 30대 초반의 한 친구가 10년 전 아프리카 가나로 건너갔습니다. 국내에서 사양업종이라고 버린 비닐 제조기계 몇 대를 들고 가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 친구 사례가 청년실업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 3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청년실업 문제를 들고 나왔다. 중앙회가 청년실업 해결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얘기였다. 중소기업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계가 국가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때가 됐다는 게 박 회장 생각이다.

◆“개도국에서는 제조업이 IT다”

그는 “선배들보다 훨씬 나은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취업하지 못한 젊은이들을 보면 죄책감이 든다”며 “기업인인 동시에 아버지 마음으로 청년실업과 일자리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해외 제조업 창업이다. 몽골 기업인 예도 들었다.

“외환위기 직후 레미콘 트럭을 지입 형식으로 운영하는 한 분이 몽골로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근 몽골쪽 사람들을 통해 들으니 현지 80대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들처럼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창업을 하게 중앙회가 도와줌으로써 일자리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구체적인 방식도 제시했다. “중앙회 회원사인 기업들은 개발도상국이 필요로 하는 모든 사업을 하고 있다. 뜻있는 기업가와 창업을 지망하는 청년을 연결시켜 수십년 쌓은 경험을 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준비가 되면 청년 창업가가 멘토 기업가와 함께 투자해 해외에서 창업하는 방식이다. 해외에 진출하고 싶어도 못하는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회는 시장조사 등을 통해 유망한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필요하면 정부 지원도 요청하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개발도상국에서 제조업은 우리로 치면 정보기술(IT)산업에 해당한다”며 “국내에 있는 수많은 노후 설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회는 올해 안에 계획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최저임금 업종별로 차등해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해외 전시사업 통합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박 회장은 “KOTRA와 중앙회가 하고 있는 해외 전시사업이 비슷하다며 정부는 통합하라고 권고하고 있는데 이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KOTRA 전시사업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심이고, 모든 품목을 다루지만 중앙회가 하는 전시사업은 전문화된 업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회는 업종과 품목을 세분화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은데 전시회를 통합하면 중소기업들의 판로 개척이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그는 “해외로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전용 전시회를 없애는 것은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최저임금제와 관련해서는 “업종별·상황별로 차등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저임금을 올릴 때 상황이 어려운 업종은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위원회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경제의 중심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바뀌고 있는데 국가 차원의 장기적 계획이 없다”며 “민간 정부 학계 정계가 다 모여 미래 경제구조의 마스터플랜을 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소기업 적합업종도 장기적 계획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