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변호사 알선 서비스, 일반인은 못한다?
#1.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의뢰인·변호사 간 연결 서비스를 운영하는 벤처기업 ‘로앤컴퍼니’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로앤컴퍼니는 의뢰인이 집단소송에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로스퀘어’를 운영하다가 고발 뒤 폐쇄했다. 이 회사는 법률시장 활성화라는 공익적 취지를 인정받아 2012년 엔젤 투자로 설립됐으며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심사하는 SK행복나눔재단의 투자를 받은 곳이다. 그러나 ‘변호사가 아닌 사람은 법률사무를 알선할 수 없다’고 규정한 변호사법 조항이 문제가 돼 발목이 잡혔다.

#2. 청년변호사 A씨는 최근 한 의료사건 피해자 모임 카페의 운영자와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카페에 무료 법률상담을 해주는 게시판을 차리고 운영하다 사건을 정식 수임하면 수임료의 일부를 운영자에게 떼주기로 했다. 의료 분야 사건을 다수 다뤘기 때문에 법률시장 소비자에게 자신의 전문성을 알리면 승산이 있다고 봤지만 엄격한 광고 규정 등으로 뾰족한 방법이 없자 어쩔 수 없이 이 같은 선택을 했다. A씨는 “현행 법령대로라면 젊은 변호사는 소비자에게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다”며 “개인 홈페이지를 차리고 가만히 기다리거나 동창회 같은 모임에 부지런히 다니는 게 고작”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단체는 중개사업자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회원(변호사)들은 이 감시를 피해 중개사업자에게서 일감을 구하는 모순적인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변호사 수가 늘어나며 업계가 어려움에 처하자 이런 일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변호사 단체도 소비자·변호사 간 중개 서비스 필요성에 공감은 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변호사회는 지난해 9월부터 자체 변호사 소개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반 년간 사건 수임 실적은 3건에 그쳤다.

‘변호사가 아닌 자’가 소비자와 변호사 간 업무를 중개하는 것은 변호사법 34조와 109조에 의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수년 전부터 이 조항을 고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변호사단체 반발에 부딪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2012년에는 법무부가 비영리단체에 한해 중개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반발로 무산됐다. 한 변호사는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변호사인 자신들의 일감을 좌지우지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원인”이라며 “마냥 불안해만 할 게 아니라 관이나 법조계 주도의 중개 활성화가 어렵다면 민간과 협력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주는 1981년 법률중개서비스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는 뉴욕시변호사협회 등과 협력해 전문변호사 인력풀을 운영하며 유료로 이들을 소비자에게 연결해준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주립 법률재단에서 자금을 받아 중개제도를 운영한다.

소비자는 여기서 유료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상담 뒤 소비자는 선임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호주에서는 ‘프라임 로 브로커’ 등 변호사중개 전문회사가 활동 중이다. 의뢰 사건에 가장 적합한 변호사를 연결해주며 의뢰인으로부터는 비용을 받지 않고, 변호사로부터는 일정 연회비를 받는다. 한 변호사는 “호주처럼 민간에 완전히 일임할지 제한적으로만 참여시킬지는 논의해봐야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중개제도를 만드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