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요즘 ‘가장 현지화된 이전 기관장’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지난 10월 농어촌공사 본사를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이전한 이후 가족과 함께 농가주택에 자리 잡은 데다 혁신도시 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공기업 수장의 ‘맏형’ 격인 그는 지난해 말 출범한 혁신도시 공공기관장협의회의 대표를 맡고 있다. 23일 본사에서 만난 이 사장은 혁신도시 시대를 연 농어촌공사 조직에 혁신을 불어넣는 한편 공기업을 대표해 혁신도시의 미래를 고민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광주전남혁신도시 시대를 맞아 사장 임원실을 줄이고 직원 회의실을 대폭 확대하는 등 소통을 강화했다”며 오른팔을 길게 뻗어보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광주전남혁신도시 시대를 맞아 사장 임원실을 줄이고 직원 회의실을 대폭 확대하는 등 소통을 강화했다”며 오른팔을 길게 뻗어보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나주에 와서 불편한 점은 없습니까.

“서울과 세종시 등 출장으로 아까운 시간을 길에다 쏟는 게 불편한 거죠. 하지만 (내려와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보람도 있고요. 사실 농어촌공사 본사가 수도권에 있다는 게 그 자체가 정상이 아닙니다. 본사는 현장에 있어야 하는데 농업 농촌의 본거지가 여기 아닙니까.”

▷농가주택을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혁신도시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농촌마을에 114.72㎡ 규모로 집을 지어 살고 있습니다. 이전 공기업 사장이 직접 가족과 함께 실질적으로 이주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살다 보니 현장 감각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농민들의 어려움도 더 체감할 수 있었고요.”

▷공공기관협의회 대표로 성과가 어떻습니까.

“나주 혁신도시의 시급한 현안 중 하나가 인근 호혜원 축산단지의 악취 문제입니다. 민간 주도로 축산단지를 주상복합단지로 개발하면서 용도 폐지된 저수지를 함께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도시가 활성화하려면 이주 독려책을 펴서 정주인구가 늘어야 합니다. 최고 시설의 어린이집을 짓는 한편 배우자 직장 알선과 특채 방법까지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이전 기관의 미혼 직원들 맞선 프로그램도 진행 중입니다.”

▷소통을 매우 중시한다고 들었습니다.

“농어촌공사 사장 취임 6개월 만에 전국 100여개 지역본부 지사 사업단을 모두 다녔습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간부로 중용했어요. 본사 건물도 사장 임원실 등을 축소해 직원들의 휴게·회의 공간을 대폭 확충했습니다. 모두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입니다. 미래 문제를 더 진지하게 고민하기 위해 입사 3년 이내 젊은 직원을 모아 메가-루키(Mega-Rookies)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200명에게 수자원 등 10대 아젠다를 주고 상반기까지 보고서를 내라 했습니다. 이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회사 경영에 적극 반영할 계획입니다.”

▷지난 2년여 동안 성과는 어떻습니까.

“농어촌공사 일이란 게 원래 표가 잘 안 납니다. 그래도 지난 2년 동안 가뭄 속에서도 물 관리를 잘해 농사에 큰 도움을 준 것은 적지 않은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예산도 올해 4조원대로 회복하기도 했고요. 재난안전관리 최우수기관 대통령 표창, 스마트 워크 경영상, 노사화합 대상, 가족친화경영대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까.

“승진 시험문제 유출, 납품 비리 등으로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약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인사가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제도를 손봤습니다. 인사철만 되면 수십건씩 들어오던 각종 투서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농어촌공사의 미래 전략은 무엇입니까.

“공사는 ‘행복한 농어촌을 만드는 글로벌 공기업’을 추구합니다. 해외사업과 남북사업에 역량을 쏟아부을 계획입니다. 해외사업 비중은 태양광발전사업 지역개발사업 등을 통해 현재 5%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수산어촌 분야도 개척해야 할 영역입니다.”

나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