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25일 오후 4시30분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국내 시멘트 1위 쌍용양회에 대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채권단에 밝혔다. 채권단은 쌍용양회 공개매각 계획을 일단 접고 태평양시멘트와 단독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태평양시멘트는 지난 23일 산업은행 신한은행 서울보증보험 등 채권단에 우선매수권 행사 방침을 통보했다. 채권단과 태평양시멘트는 쌍용양회의 1, 2대 주주로 각각 지분 47.83%, 32.36%를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은 쌍용양회가 2005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졸업하는 과정에서 당시 단일 최대주주인 태평양시멘트 측에 경영권을 주면서 쌍용양회 채권단 지분을 먼저 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도 줬다.

채권단은 작년 10월부터 쌍용양회 매각을 추진해왔다. 태평양시멘트는 그동안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묻는 채권단의 질문에 답변을 피해왔다. 2000년부터 쌍용양회에 7000억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회수 성과가 좋지 않아 가급적 매각을 뒤로 미루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태평양시멘트와 가격 협상을 진행한 뒤 결렬될 경우 공개경쟁 입찰로 매각 방식을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보유한 쌍용양회 지분 46.83%의 매각 가치는 6000억원에 달한다.

태평양시멘트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고 한 배경엔 채권단의 압박 영향도 컸다는 분석이다. 작년 11월부터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타진해온 채권단은 최근 태평양시멘트의 우선매수권 박탈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해왔다. 채권단은 쌍용양회의 현 주가가 1만5000원대로 7년만에 최고수준이어서 지분을 팔지 않을 명분이 없다고 보고 동양시멘트가 M&A시장에 매물로 나오기 전인 작년 10월부터 쌍용양회 매각을 추진해왔다.

한편 쌍용양회의 경영권 매각을 기다리고 있던 인수후보들은 현재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 업계 2위 동양시멘트 인수전으로 관심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기존 쌍용양회 인수 후보로는 아주, 유진기업, 한일시멘트, 삼표, 아세아시멘트 등이 거론됐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