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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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부동산은 가계 자산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습니다. 주거가치는 물론 자산가치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집을 짓겠습니다.”

아파트 브랜드 ‘대광 로제비앙’으로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수원 광교신도시 등 수도권과 혁신도시 등 지방에서 활발한 주택사업을 펼쳐온 대광건영의 조영훈 부사장(42·사진)은 “아파트는 개인이 사는 상품 중에 가장 비싼 제품”이라며 “중고차값이 제값을 받는 새 차가 인기가 있는 것처럼 고객이 믿고 살 수 있는 집을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부사장은 2010년 광교신도시에서 ‘광교 대광 로제비앙’으로 고객과의 약속을 지켰다. 이 아파트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분양 당시 미분양이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건설회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하도급업체에 공사비 대신 지급(대물)하거나 할인 분양을 통해 매각하는 것과 달리 대광건영은 미분양 아파트를 전세로 돌려 지금도 보유 중이다. 조 부사장은 “주위에서 ‘할인 분양을 해서라도 자금을 확보하라’고 조언했지만 분양자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거절했다”며 “심혈을 기울여 만든 상품을 헐값에 내다파는 것도 싫었다”고 설명했다. 입주자들이 자산가치를 확보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매각하겠다는 게 조 부사장의 계획이다.

실리콘밸리서…주택건설업계로

[건설사 CEO] "아파트는 개인이 사는 가장 비싼 제품…주거·자산가치 높은 집 짓겠다"
대광건영 창업주인 조왕석 회장의 외아들인 조 부사장은 1995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위스콘신주립대에서 회계학을 공부한 뒤 정보기술(IT) 메카인 실리콘밸리 정보통신업체에서 근무했다. 허름한 중고차로 미국 전역을 돌며 자유를 만끽했던 시절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들어와서 사업을 도우라’는 조 회장의 권유로 한국에 돌아와 주택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조 부사장은 건설 현장에서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량 등이 진입할 때 깃발로 통제하는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 현장에서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질 무렵 기회가 왔다. 2003년 경기 화성시 남양읍 대광 임대아파트 현장 인근에 아파트 400여가구를 지을 만한 땅을 발견한 것이다. 조 부사장은 그길로 부친인 조 회장에게 3억원을 빌려 계약금을 치르고 사업을 시작했다. 조 부사장은 “진입도로 확보가 어려운 땅인데 토지소유주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인허가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과정을 체험하면서 주택사업에 눈을 떴다”고 했다. 1994년 설립 이후 호남권에서 임대주택 건설에 치중해왔던 대광건영이 본격적인 분양주택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때부터다. 조 부사장은 2006년 판교신도시 진출을 지휘하면서 수도권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대광건영은 계열사를 합쳐 지난해 300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정도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천 청라·경기 광주에서 4200여가구 분양

대광건영은 올해 인천 청라국제도시와 경기 광주 쌍령동 등 전국 8개 단지에서 4200여가구를 공급한다. 올해 첫 사업인 광주 매곡동 ‘대광 로제비앙’은 지난달 1순위 청약자만 1만443명이 몰려 평균 67.8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조 부사장은 “다음달 광주 쌍령동(265가구)과 전북 군산(469가구)에서 새 아파트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바통을 이어 5월에도 인천 경서동(720가구)과 경기 안양 비산동(214가구)에서 추가 공급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인천 청라국제도시와 광주 산수동(재개발)에서 대광 로제비앙 아파트를 내놓는다. 조 부사장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라앉아 있던 수도권 분양시장이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해 물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광건영이 공급한 아파트가 1만2400여가구인 것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행보다.

공부하는 CEO…장수 기업이 목표

조 부사장은 주택건설업계에서 공부하는 최고경영자(CEO)로도 널리 알려졌다. 최근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경영대학원 글로벌 MBA 학위를 취득했다. 바쁜 일정을 쪼개 중국 상하이 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었고, 지난해 말에는 프로젝트 연구를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한 달 가까이 머물렀다. 연구주제는 LG생활건강이 2014년 인수를 추진하다 포기했던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엘리자베스아덴 사례. 본업인 주택건설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생활소비재 분야지만 “오히려 다른 산업의 이해도를 높이는 기회가 됐다”는 게 조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2010년 스타벅스, 시애틀즈 베스트와 함께 미국 3대 커피전문점으로 꼽히는 ‘털리스 커피’의 한국사업권을 가진 DK리테일을 여는 등 비주택사업에도 진출한 경험이 있다.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 부사장은 “본업인 주택건설업의 색채가 사라지더라도 ‘대광’이라는 기업을 100~200년 영속하는 장수 기업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세금 납부와 고용 창출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