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미국의 기준금리에 대해 인상을 시작하는 시점보다 속도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시중 은행장들을 초청해 연 금융협의회에서 "미국이 금리 인상 기조로 접어들면 기준금리가 연속적으로 올라갈 것"이라며 "인상 시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빠른 속도로 올릴지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이달 회의 결과에 대해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이었다고 평가했다.

FOMC는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다.

FOMC는 이달 회의 성명서에서 '(기준금리 인상 전까지) 인내심을 발휘한다(be patient)'는 기존 문구를 삭제해 금리 인상을 위한 빗장을 풀었다.

그러나 바로 "노동시장이 더 개선되고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에 근접한다는 합리적 확신이 생길 때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인상 가능성은 열어두되 신중하게 경제지표를 봐가며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구체적 기준이 없기에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고, 어떻게 보면 더 커진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간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상당 기간' 또는 '인내심' 같은 FOMC 성명서 문구를 통해 금리 인상 시점을 가늠해왔다.

그러나 FOMC가 경제 동향과 전망을 근거로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기에 앞으로 미국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우리도 국내 경제지표뿐만 아니라 미국 지표를 면밀히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FOMC가 금리 전망치를 낮춘 것을 보면, 인상을 하더라도 속도는 점진적일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시장 충격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협의회에는 윤종규 국민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홍기택 산업은행장, 김주하 농협은행장 등 11명의 시중 은행장이 참석했다.

은행장들은 미국의 향후 정책금리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존함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은행들도 외화유동성 관리에 유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어 최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예대마진 축소 등 은행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최근 제시한 수수료나 금리 등에 대한 금융사 자율성 원칙 하에서 수익기반 다변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

은행장들은 빠르게 늘고 있는 가계대출과 관련해서는 "가계대출 구조개선 노력과 함께 가계대출의 건전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