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통과시키고 보자는 '김영란법'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3일 압도적인 찬성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절시키자는 취지에서 발의된 이 법은 처음부터 과잉입법 논란을 불렀지만, 여론에 등떠밀린 국회는 법 적용대상을 언론과 사립교직원 등으로 확대시켜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 통과시켰다.

법 조항 곳곳에 산재한 위헌요소로 이 법은 이미 ‘문제투성이 법’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죄와 형벌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마저 깨뜨리고 있는 이 법의 위헌성과 향후 후유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부정 청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직무관련성’부터 따져보자.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의 직업만 가지고 있으면 모두 직무관련성을 인정하겠다는 것인지, 특정업무와 관련이 있어야 하는지 그 어떤 규정도 없다. 법문이 애매하다 보니 어떤 행위가 처벌대상인지 알 수가 없고, 전문가들도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그때그때 법원이 판단하라는 식이다. 이로 인한 개인권 침해와 소송 등 사회적 비용 증가 등 후유증은 ‘나몰라’다.

금품수수 금지의 예외 사유로 인정되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란 표현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직무 영역에서 관례를 의미하는 것인지 일반적 사회통념인지 알 수가 없다. 법원이 근로자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하면서 내세운 개념이 ‘사회통념’이다. 그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밖에 없는 말이다.

현행 법률에서 이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유일하다. ‘사회통념’이란 이 표현이 법 취지에 상관없이 ‘귀걸이 코걸이’ 법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커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의 과거 판례에 비춰봤을 때 ‘사회상규’라는 표현은 위헌소송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법은 부정부패 근절이란 취지를 빼곤 처벌과 면책범위 등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김영란법에 대한 비관적 전망도 줄을 잇고 있다. 그중 최고봉은 국회 문턱을 넘은 뒤 곧바로 헌법재판소로 갈 것이란 예견이다.

진명구 정치부 기자 pmg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