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좋은 병원, 위대한 병원
2014년 말 기준으로 한국은 중국 미국과 함께 전 세계에서 병원이 가장 많은 10개국에 포함돼 있다. 근대 의학이 도입된 지 130년 만에 한국은 병원 수는 물론 의료의 질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다.

흔히 ‘좋은 병원’이라면 우수한 의료진이 좋은 시설과 장비를 이용해 첨단 의료를 시행하는 병원을 의미한다. 한국에도 이런 의미의 좋은 병원은 꽤 많이 있다. 특히 일부 대형 병원들의 진료 수준은 분명히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으며, 특정 분야는 가히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인 유에스뉴스가 매년 시행하는 병원 평가에서 항상 미국 최고로 꼽히는 ‘빅4’ 병원은 메이요 클리닉, 존스홉킨스대병원, 하버드대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클리블랜드 클리닉 등이다. 현재 세계 최고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병원들은 단순히 ‘좋은 병원’의 범주를 벗어나 ‘위대한 병원’의 반열에 올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위대한 병원을 이뤄낸 핵심 요소들은 최고의 의료진, 분명한 미션과 비전, 끊임없는 혁신,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과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병원들은 ‘환자가 최우선’ 혹은 ‘창의적인 의학연구’라는 단순 명쾌한 미션을 병원의 정신이자 하나의 문화로 승화시켰다. 이 병원들에는 대략 한국 병원보다 10배 이상 많은 전문의와 교수가 있으나, 한 교수가 하루에 진료하는 환자 수는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므로 개개 환자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 최상의 진료를 할 수 있고 연구 활동에도 매진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병원들은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해 새로운 진료, 창의적인 연구, 진취적인 병원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물론 이 병원들이 위대한 병원으로 발전한 데에는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는 진료 수가와 엄청난 규모의 기부, 병원의 발전을 가능하도록 하는 의료 시스템과 사회 환경이 뒷받침됐다.

우리의 좋은 병원들도 의료 인력의 우수성이나 한국인 특유의 목표를 향한 헌신과 추진력에서는 단연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어 위대한 병원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이제 우리 병원들이 위대한 병원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보건 의료 정책을 통한 의료 시스템의 혁신과 의료 발전을 지원하는 사회 환경이 이뤄져야 한다. 위대한 병원이 국민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견인차 역할을 함과 동시에 미래의 핵심이라는 헬스케어산업의 중심이라는 것을 미국의 빅4 병원들은 보여주고 있다.

송재훈 < 삼성서울병원 원장 smc.song@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