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연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대표적인 미국 학자가 에너지기업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웨이-혹 순(윌리 순) 박사가 지난 14년 동안 화석연료업계 등으로부터 120만 달러(약 13억3천만 원) 이상의 돈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그린피스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관련 자료를 주요 언론에 배포했다.

순 박사는 하버드대와 스미스소니언재단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그린피스의 자료에 따르면 그는 서던 컴퍼니(Southern Company)와 엑손 모빌(Exxon Mobil) 등 에너지기업은 물론 에너지업계 이익단체인 미국석유협회(API)로부터도 돈을 받았다.

서던 컴퍼니는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회사로 최소 40만9천 달러를 줘 최대 후원자였다.

미국 내 2위 비상장회사인 코크 인더스트리즈를 소유한 코크 브라더스도 23만 달러를 줬다.

코크 인더스트리즈는 에너지 및 화학 기업이며, 코크 브라더스는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로 통한다.

순 박사는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과학 잡지 등에 연구 결과를 실어 윤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린피스의 폭로 이후 순 박사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 등에 응하지 않고 있다.

순 박사가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은 게 사실로 드러나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화석 연료가 아니라 태양 에너지의 변화라고 주장했던 그의 연구는 신뢰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또 순 박사의 주장을 근거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법안 등에 반대했던 정치인들의 목소리도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순 박사는 미국 의회에서 화석 연료 때문에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증언하는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입법화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이론적인 뒷받침을 제공했다.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