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그리스에 33억 유로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그리스가 요청한 최소 50억 유로의 60% 수준에 불과한 액수다. 내달중 그리스의 보유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채협상이 시간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ECB가 그리스 중앙은행의 긴급유동성지원(ELA)을 통해 자국 은행에 대한 683억유로 대출 요청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이번 지원으로 ECB가 2주 전 그리스 국채를 ECB 대출의 담보로 받지 않겠다고 결정한 이후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는 그리스 시중은행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이날 승인된 683억유로의 긴급 유동성 지원 한도는 기존의 한도 650억유로와 비교, 33억 유로의 증액된 것에 불과하다.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정도의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날 ECB 정책위원회 회의에서 승인된 이번 지원은 2주간 지속될 예정이다. 그리스 은행들이 추가 자금을 요청할 경우 그리스 중앙은행은 이를 ECB에 알려야 하며 위원회는 3분의 2의 찬성표로 이런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 ECB의 다음번 회의는 3월5일 예정돼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의 보유 현금은 내달 말 고갈될 예정이며, 신규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15억달러 규모의 국제통화기금(IMF) 차관 상환과 공공부문 지출, 연금지급도 벅찬 상황이다.

이와관련, 그리스 정부는 20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협의체) 회의를 앞두고 이달말 종료되는 구제금융협정을 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독일등이 그리스의 협상 태도에 회의적이어서 협상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 정부의 예산감축과 경제개혁이라는 약속없이 협정을 연장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요구라는 입장이다. 반면 그리스는 국가 파산과 유로존 탈퇴를 피하기 위한 최후의 방안으로 이같은 구제금융 연장을 요청했다며, 성사 여부는 그리스의 이행조건이 어떻게 구성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번 주 후반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 정부가 제안한 구제금융 연장 안을 승인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연장안은 그리스와 유로그룹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금요일(20일)에는 그리스 안에 대한 승인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파국을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일단은 긍정적 신호다. 앙겔라 마르켈 총리는 이날 “유럽의 안정을 위해 모두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회원국이 곤경에 처했다며 연대를 부여줘야 한다”며 주고받기식 협상에 대해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