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호떡 맛집을 유치하려고 호남선 KTX 첫차를 타고 여섯 번이나 찾아갔었어요. 주인이 바쁠 땐 손님에게 서빙도 하고 온갖 노력을 다했는데….”

최희승 식품 바이어는 그렇게 정성을 기울였지만 결국 브랜드 유치에 실패했다고 아픈 추억을 꺼냈다. 그는 또 다른 맛집 유치를 위해 사장을 세 시간이나 기다렸지만 문전박대를 당한 경험도 들려줬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바이어들에게는 나름의 애한이 있었다.

중소기업과 거래가 많은 김승진 식기홈데코 바이어는 “자금 문제로 문을 닫게 된 중소기업의 사후처리를 하면서 몰래 눈물을 훔쳤다”고 했다. 혼자서 10개 매장을 관리하는 여병희 바이어는 “사고를 처리하다 보면 꿈에서조차 진땀을 흘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하지만 쉬는 날에도 매장을 찾아가는 이유는 이 일이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어에게 애한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최 바이어는 홍대 미미네 떡볶이, 바삭 튀김을 유치해 1주일 연속 ‘완판’된 기쁨이 있었기에 문전박대의 설움을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분식점 바이어 생활 2년 만에 10㎏이 늘었다”며 “기름으로 찐 살이라 빠지지도 않는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김현배 해외패션 바이어는 일상과 결부돼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했다. “바이어는 일상 그 자체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제 봤던 TV 드라마나 오늘의 날씨 기상캐스터와 지하철에서 본 직장인들의 옷차림에서 트렌드를 읽게 됩니다.” 원래 내성적이라는 그는 “40~50대 큰누님 같은 판매여사원 앞에서도 너스레를 떨고 능청스러운 유머를 날려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들다 보니 직업 덕분에 성격까지 바뀌었다”고 했다. 김현배 바이어는 지난해 인기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여자 주인공 덕에 단가 500만원 명품의류가 완판되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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