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연구 '가톨릭의대인 賞' 받은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교수 "표적항암제 반대했던 스승, 이제는 강력한 후원자"
30년 동안 백혈병 연구의 한우물을 파온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교수(가톨릭 암연구소장· 사진)가 최근 ‘제13차 자랑스러운 가톨릭 의대인’ 상을 받았다. 김 교수는 “환자는 의사에게 영원한 스승이자 가장 훌륭한 교과서”라며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환자를 항상 우선시하는 의료인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03년부터 일양약품과 함께 개발해 온 2세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슈펙트’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슈펙트는 인류 최초의 표적항암제이자 1세대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이 듣지 않는 내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차 치료제다. 현재 임상은 1차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단계다. 이 약은 효과 대비 저렴한 가격이 최대 장점이다. 값을 싸게 매기게 된 데는 김 교수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BCR-ABL’이라는 비정상 단백질이 갑자기 생기면서 발병하는데, 이를 진단하는 기술을 선도한 것도 김 교수다. 단 급성골수성백혈병은 발병 원인이 무척 다양해 특정 치료제 개발이 불가능하다.

혈액내과가 전공인 그는 레지던트 2년차 때 만난 환자를 잊지 못한다. “백혈병에 걸렸다 골수이식을 받았는데 부작용이 생긴 환자를 맡게 됐어요. 몇 달간 중환자실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돌봐드렸는데 결국 회복됐죠. 나중에는 재발해 결국 돌아가신 걸로 아는데, 그분 때문에 백혈병 치료에 삶을 걸게 된 것 같습니다.”

김 교수의 지도교수였던 김춘추 전 서울성모병원 교수와는 그야말로 ‘애증’의 관계다. 조혈모세포 이식(골수이식)의 권위자였던 김 전 교수는 그의 표적항암제 연구를 달갑지 않게 여겼다. ‘골수 이식만이 완치가 가능하며 혈액암에 있어 치료제는 의학적으로 완전하지 않다’는 게 김 전 교수의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그러나 표적항암제 개발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이 때문에 김 전 교수와 갈등을 거듭하다 한때 다른 지역 성모병원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종합병원 의사들이 가장 황망할 때가 갑작스레 인사가 날 때입니다. 돌보던 환자, 쓰던 시설, 진행하던 연구가 중단되면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이 되거든요. 그때 참 답답하고 힘들었습니다.” 근무 병원이 바뀌었지만 임상을 멈출 수 없어 백방으로 뛰며 간신히 연구를 이어갔다. 결국 김 교수의 뚝심은 통했고, 국내 최초 표적항암제 개발을 앞두고 있다. 김 전 교수는 현재 김 교수의 가장 열성적인 ‘팬’으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글리벡, 슈펙트로도 듣지 않는 환자 대상 3세대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또 아시아 만성골수성백혈병등록소 소장으로서 방대한 환자 자료를 관리하며 국제 연구와 임상을 주도하고 있다. 백혈병 환자 모임인 ‘루 산우회’에도 참여해 주말 등산을 함께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자꾸 아파서 미안해’라는 환자들 수기를 모아 펴낸 적이 있는데 조만간 ‘자꾸 아파도 괜찮아’라는 수기를 새로 낼 생각”이라며 “만성골수성백혈병은 나을 수 있다. 희망을 놓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