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도장 안 찍었어도 신뢰 깨면 불법"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업체 카페베네가 새 사업을 위한 가맹점 계약을 추진했다가 계획을 철회하면서 가맹점주로 사업을 시작하려던 이가 점포 임대차 계약금을 날리게 되는 피해를 봤다.

법원은 카페베네가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신진화 판사는 카페베네와 가맹계약을 준비하던 A씨가 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10월 카페베네 영업담당자와 만나 이 회사가 새로 시작하려던 드러그스토어 사업 '디셈버24'의 가맹점포 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정식 계약 전에 예치금 200만원을 카페베네 측에 지급했고 그 대가로 사업 관련 정보공개서와 가맹계약서를 받았다.

이어 A씨는 점포를 열기 위해 경기도의 한 상가 건물 일부를 임차하는 계약을 했다.

보증금 5억원 중 계약금 5천만원을 내고 중도금으로 1억원을 내면서 부동산중개인에게 중개수수료 1천500만원도 지급했다.

그러나 카페베네는 이듬해 2월 디셈버24 사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점포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중도금을 돌려받았지만, 위약금 5천만원과 부동산중개수수료 1천500만원 등 총 6천500만원을 날리게 됐다.

법원은 카페베네가 A씨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신 판사는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상대방에게 신뢰를 준 뒤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해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춰볼 때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정식으로 가맹점계약을 체결하진 않았지만, 피고 측 영업담당자가 디셈버24 운영 목적으로 점포를 물색해 원고에게 이 점포를 소개하는 바람에 임대차계약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는 예치금계약과 점포 소개, 임대차계약 권유 등 일련의 행위를 통해 원고에게 가맹점계약이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줬고 원고가 이를 바탕으로 가맹계약 이행 준비를 했음에도 오직 피고의 내부 사정으로 계약 체결 직전 중단함으로써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신 판사는 카페베네가 A씨에게 임대차계약 위약금과 중개수수료를 모두 물어주라고 결정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