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간 저가 출혈경쟁과 담합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종심제가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중견 건설사들의 반발이다. 중견 H건설 수주 담당 임원은 “300억원 이상 공공(公共) 공사에 적용되는 종심제가 중소 건설사엔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628개 중견 건설사는 최근 ‘종심제 운용 기준에 대한 건설업체 건의서’를 국회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20여개 기관에 제출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B건설 수주 담당 임원은 “현재 최저가낙찰제(최저가)와 달리 종심제는 과거 공사경험이 반영되는 공사수행능력이 수주 여부를 좌우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에 유리한 구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형 건설사가 중견 건설사와 공동도급을 맺으면 공사수행능력 평가에서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 중견 건설사의 공공공사 참여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지난해 각각 최저가와 시범운용 중인 종심제로 발주된 비슷한 종류의 공공공사 공동도급 비율은 종심제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저가로 발주된 ‘울산신항 인입철도 노반건설공사’(공사비 1267억원)는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밖의 중소업체와의 공동도급 비율이 18.7%(237억원)였지만 종심제 시범사업으로 발주된 ‘동해선 포항~삼척 철도건설 제11공구 노반건설공사’(1153억원)는 4.3%(49억원)에 그쳤다. 참여 중소업체도 최저가가 50개사인 반면 종심제는 4개에 불과하다. 충청권 건설사 대표는 “공동도급이 차단되면 상당수 지역건설사가 경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최저가 낙찰제 대수술은 불가피하지만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정밀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종합심사낙찰제
내년부터 3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서 공사수행 능력과 가격, 사회적 책임 등을 따져 낙찰 업체를 선정하는 제도. 입찰가격이 가장 낮은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해온 최저가낙찰제의 품질저하와 입찰담합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