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팔린다] 가락시영 지난달 68가구 팔려…서울 아파트 거래 10년來 최다
서울 지하철 7호선 하계역을 걸어 다닐 수 있는 노원구 하계동 현대우성 전용 84㎡는 지난달 19일 4억원(10층)에 팔렸다. 앞서 12일엔 4억1400만원(7층)에 주인이 바뀌는 등 올 들어 이 단지에서 매매된 3가구 모두 4억원 이상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4일 실거래가(3억6100만원)보다 4000만원 이상 뛰었다. 이 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업소 최모 대표는 “전셋값이 3억3000만원으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이 90%에 달하면서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에 따른 매매 전환 수요에 연 1%대 초저금리 수익공유형 은행대출 도입을 앞둔 기대감으로 거래가 늘어나고 가격이 오르는 등 연초부터 서울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2월 하루평균 거래 30% 증가

6일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거래 비수기로 꼽히는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879건으로 지난해 12월(6693건)보다 3% 가까이 증가했다. 1월 거래량 기준으로는 2006년 실거래가를 집계한 뒤 10년 만의 최대치다. 이달 들어서도 하루평균 거래량은 289건으로 1월(221건)보다 30% 이상 늘었다.

향후 시세차익을 기대한 투자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물론 실제 거주를 원하는 실수요 중심인 강북권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도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다. 1월 서울 강남3구 아파트 거래량은 1274건으로 전월(1171건)보다 8.7% 늘었다. 강남3구보다 증가폭은 작지만 노원·도봉·강북구 아파트 거래량도 1023건으로 전월(997건)과 비교해 2.6% 증가했다.

거래 증가와 함께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06% 올라 직전주(0.05%)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강동구 재건축 이주 수요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개포주공2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늘어난 재건축 아파트값도 0.15% 올라 직전주 상승률(0.11%)을 웃돌았다.

◆비싼 전셋값이 매매 증가 요인

연초부터 매매 수요가 살아난 것은 전세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저금리 영향으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순수 전세 매물은 갈수록 줄고 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인 전·월세 전환율(아파트)은 연 6~7%로 연 3% 수준인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 세입자 입장에서 월세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소득에 관계없이 연 1%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수익공유형 아파트 대출이 다음달 시범 도입됨에 따라 향후 주택 매수세가 강해질 것이란 기대감도 구매 수요가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가율이 평균 70%에 육박하는 강북권 실수요 아파트 세입자들이 매매로 돌아서고 있다”며 “강남3구는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투자수요가 붙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이미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거래량 증가가 2000년대 중반과 같은 집값 급등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실제 지난해 주택거래량은 100만5173건으로 2006년(108만여건) 이후 처음으로 100만건을 넘어섰지만 국민은행에 따르면 연간 아파트 값 상승률은 2.43%로 2006년(13.8%)에 크게 못 미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집값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사업성이 개선되는 강남권 재건축이나 인구 유입 등 개별 호재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황에서 집값만 나홀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