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찾아 5일간 첫 '재량근무'…행자부 국장들 "우린 우물안 개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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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 장관 "밖으로 나가라"
군청 찾아 업무혁신 벤치마킹…일반인 가장해 민원 점검
국장급 17명 전원 사무실 비워…"이런 근무는 26년 만에 처음"
군청 찾아 업무혁신 벤치마킹…일반인 가장해 민원 점검
국장급 17명 전원 사무실 비워…"이런 근무는 26년 만에 처음"
화요일인 지난 27일 오전 9시. 김석진 행정자치부 공공서비스정책관은 집을 나서 평소처럼 정부서울청사 사무실로 출근하는 대신 경기 가평군으로 향했다. 그가 향한 곳은 가평군청 허가민원과. 2013년 신설된 이 과는 건축, 개발, 식품위생 등 각종 인·허가 업무를 한곳에서 처리한다. 주민 편의를 위해 빠르게 인·허가를 처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민원행정분야 대통령상을 받았다. 행정제도·서비스 혁신 업무를 총괄하는 김 정책관이 오전 내내 이곳에 머물면서 행정처리 업무를 꼼꼼히 지켜봤다.
김 정책관은 “오후엔 가평 북한강 인근을 산책했다”며 “평일에 이렇게 외부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공직에 들어온 후 26년 만에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한창 각종 회의 및 업무보고로 분주한 주초부터 김 정책관이 가평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 이유가 뭘까. 정종섭 행자부 장관이 지난주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간 본부 국장급 간부 17명 전원에게 사무실을 떠나 ‘재량근무’를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재량근무는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주 40시간 이내에서 근무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유연근무제의 일종이다. 하지만 누구도 사용해본 적이 없어 유명무실한 제도였다. 정 장관은 “독서든 여행이든 뭐든지 좋으니 사무실을 벗어나 행자부가 올해 추진해야 하는 혁신 과제를 수행할 아이디어를 찾으라”며 국장들을 사무실 밖으로 떠밀었다. ‘국장들이 판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야 부서가 바뀔 수 있다’는 게 정 장관의 지시였다.
국장들은 닷새 동안 평소 가보지 못한 현장을 찾고 구글코리아, 네이버, 다음카카오, 유한킴벌리 등 민간 기업을 방문하는 일정을 짰다. 이인재 지방행정정책관을 비롯한 10여명의 국장은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네이버 본사를 방문했다.
이 정책관은 “민간기업을 직접 방문해보니 지금까지 그동안 우리 국장들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29일 가족친화기업으로 잘 알려진 유한킴벌리를 찾은 조욱형 대변인은 “일·가정 양립 문화가 오히려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조 대변인은 28일 대전을 찾아 지방지 기자들과 일일이 만나 지역 여론을 수렴하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고규창 자치제도정책관은 서울 서초동 민원분소와 신도시 동주민센터인 경기 파주시 운정행복센터를 찾았다. 구청의 권한을 동으로 이관하는 ‘책임읍면동제’ 시행을 앞두고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행자부 국장 중 유일한 여성인 김혜영 정보공유정책관은 경기 안양시 범계동주민센터를 찾아 일반인을 가장해 민원인의 불편사항을 점검했다.
닷새 동안의 재량근무에 대해 국장들은 만족감을 나타내면서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A국장은 “무엇을 하라는 장관의 지시가 없다 보니 아이디어를 찾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앞으로 재량근무가 확대되면 부서 분위기가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김 정책관은 “오후엔 가평 북한강 인근을 산책했다”며 “평일에 이렇게 외부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공직에 들어온 후 26년 만에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한창 각종 회의 및 업무보고로 분주한 주초부터 김 정책관이 가평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 이유가 뭘까. 정종섭 행자부 장관이 지난주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간 본부 국장급 간부 17명 전원에게 사무실을 떠나 ‘재량근무’를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재량근무는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주 40시간 이내에서 근무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유연근무제의 일종이다. 하지만 누구도 사용해본 적이 없어 유명무실한 제도였다. 정 장관은 “독서든 여행이든 뭐든지 좋으니 사무실을 벗어나 행자부가 올해 추진해야 하는 혁신 과제를 수행할 아이디어를 찾으라”며 국장들을 사무실 밖으로 떠밀었다. ‘국장들이 판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야 부서가 바뀔 수 있다’는 게 정 장관의 지시였다.
국장들은 닷새 동안 평소 가보지 못한 현장을 찾고 구글코리아, 네이버, 다음카카오, 유한킴벌리 등 민간 기업을 방문하는 일정을 짰다. 이인재 지방행정정책관을 비롯한 10여명의 국장은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네이버 본사를 방문했다.
이 정책관은 “민간기업을 직접 방문해보니 지금까지 그동안 우리 국장들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29일 가족친화기업으로 잘 알려진 유한킴벌리를 찾은 조욱형 대변인은 “일·가정 양립 문화가 오히려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조 대변인은 28일 대전을 찾아 지방지 기자들과 일일이 만나 지역 여론을 수렴하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고규창 자치제도정책관은 서울 서초동 민원분소와 신도시 동주민센터인 경기 파주시 운정행복센터를 찾았다. 구청의 권한을 동으로 이관하는 ‘책임읍면동제’ 시행을 앞두고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행자부 국장 중 유일한 여성인 김혜영 정보공유정책관은 경기 안양시 범계동주민센터를 찾아 일반인을 가장해 민원인의 불편사항을 점검했다.
닷새 동안의 재량근무에 대해 국장들은 만족감을 나타내면서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A국장은 “무엇을 하라는 장관의 지시가 없다 보니 아이디어를 찾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앞으로 재량근무가 확대되면 부서 분위기가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