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을 하는 강모씨(48)는 최근 경기 하남시 덕풍동 삼부르네상스 아파트 전용 101㎡(옛 41평형)를 급매로 5억1000만원에 샀다. 두 자녀가 성장하면서 종전에 살던 전용 84㎡ 아파트가 좁다는 느낌이 들어 이사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강씨는 “중·고교생 아이들이 방 하나씩 갖고 싶어했고 서재와 물건을 둘 공간이 필요했다”며 “그러나 하남 일대에 대형 평형이 없어 집을 구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물량 줄어든 넓은 집…입주아파트 '전용 115㎡ 이상' 4% 불과
대형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 평형의 희소 가치가 부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아파트 미분양이 대거 발생해 건설사들이 대형 평형 공급을 크게 줄였다. 지난해 대형 아파트 입주물량은 전체의 4%에 불과했다. 물량이 급감하다 보니 최근 대형 평형 청약경쟁률이 중소형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등 인기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2010년 23%→지난해 4%로 급감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0년 전체 입주 아파트(29만8131가구)의 22.9%인 6만8376가구에 달했던 전용 115㎡ 이상(옛 45평형) 대형 평형 입주물량은 지난해 4.3%인 1만1176가구로 감소했다. 올해와 내년은 대형 평형 비중이 각각 3.2%와 1.4%로 급감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0년 대형 입주 물량이 많았던 건 부동산 시장 활황기인 2007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직전 대형 평형 공급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후 3년 가까이 대형 평형은 미분양에 시달리며 가격 하락과 더불어 공급 물량이 급속하게 줄었다. 이춘우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대형 평형은 초기 구입비용과 관리비 부담이 적지 않다”며 “과거 미분양 악몽 때문에 건설사들이 공급을 계속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소비층의 인구구조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가구당 인구 수는 2000년 3.3명에서 지난해 2.48명으로 줄었다. 김세원 내외주건 마케팅 이사는 “1인당 주택소비 면적은 넓어졌지만 가족 수가 줄어들면서 가구당 평균 주택소비 면적은 감소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4인가구 비중은 전체의 44.5%(636만여가구)였으나 2010년엔 30.5%(529만6000여가구)로 줄어들었다.

방 네 개짜리 전용 84㎡ 아파트가 잇따라 나오는 등 주택 평면설계기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도 대형 아파트 구매층이 줄어든 배경으로 꼽힌다.

○대형 평형 희소성 부각되나

물량 줄어든 넓은 집…입주아파트 '전용 115㎡ 이상' 4% 불과
일정 규모의 대형 평형 수요자들이 존재하는 만큼 대형 평형 물량이 계속 감소할 경우 희소성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서울 서초동 ‘래미안 퍼스티지’ 소형과 대형의 평균 매매가는 3.3㎡당 각각 3923만원과 4217만원이고 대치동 ‘도곡렉슬’도 각각 2812만원과 3726만원으로 대형 평형의 우위가 유지되고 있다.

최근엔 청약경쟁률에서도 대형이 중소형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에서 전용 85㎡ 이하 중소형 위주로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면적별 청약률(일반분양 가구에 대한 청약경쟁률의 가중 평균값)은 전용 85~102㎡(26.2 대 1)와 전용 102~135㎡(18.2 대 1)가 전용 60~85㎡(3.1 대 1)보다 높았다. 일정 수요는 있는데 분양 물량이 적다 보니 대형 평형 경쟁률이 더 높게 나왔다는 설명이다.

곽창석 ERA코리아부동산 연구소장은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 등을 중심으로 대형 평형 공급의 필요성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