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부자 증세' 논란이 정치 쟁점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미 일부 언론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로빈 후드'(Robin Hood)에 비유해 눈길을 끈다.

오바마 대통령의 '중산층 살리기' 행보가 중세 잉글랜드 민담에 등장하는 '의적' 로빈 후드와 흡사하다는 이유에서다.

민담에서 로빈 후드는 여러 호걸과 함께 귀족 등에게서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의적으로 등장한다.

의회전문지 힐(The Hill)과 워싱턴타임스 등은 19일(현지시간) 중산층 세금 인하, 초고속 광대역 인터넷망 확대, 무료 커뮤니티 칼리지 구상 등 오바마 대통령이 20일 국정연설에서 밝힐 각종 정책을 소개하면서 그가 로빈 후드를 자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힐은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로빈 후드의 역할을 제대로 해 주길 백악관(참모들)이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 정책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유층과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회사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자본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을 23.8%에서 28%로 인상하고 주식과 같은 유산 상속분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등 세제 개혁을 통해 향후 10년간 3천200억 달러(약 345조 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마디로 부자들의 돈으로 중산층과 서민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이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내 세제 전문가인 오린 해치(유타) 상원 재무위원장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 저축인, 투자자의 세금 부담만 늘릴 것"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무조건 세금을 올리기를 원하는 진보 성향 측근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말고 의회와 함께 망가진 세제를 뜯어고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뻔한 반발을 예상하고도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것은 임기 말 업적 쌓기와 더불어 차기 대선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화당에 밀려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면 레임덕(권력누수)이 한층 가속화되는 것은 물론 '친정' 민주당의 대선 가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미 정가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1·4 중간선거' 참패에 전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색깔을 더욱 분명히 밝혀 나가는 상황"이라면서 "더욱이 각종 경제 지표 호조 속에 지지율도 1년 8개월 만에 50%를 회복한 터라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도 전통 지지층을 겨냥한 정책을 제시하며 계속 공화당과 대립각을 넓혀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