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피아벤티스 배경은 대표, 약사 박차고 마케팅 '도전'…CEO 올라
“항상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온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대표를 맡은 배경은 사장(44·사진)은 한국인으로는 처음 이 회사 대표가 됐다. 프랑스 사노피 본사가 연 매출 2800억원 규모의 한국법인 대표 자리를 한국인 여성에게 맡긴 것은 파격이었다.

사노피아벤티스는 다국적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선정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지정됐다. 배 사장은 “사노피가 한국에서 노력해 온 연구개발과 개방형 혁신 활동을 정부로부터 공식 인정받은 것”이라며 “본사에서도 무척 기뻐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제약사들과 상생을 추구해 온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노피는 국내 진출 다국적사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과 가장 활발하게 연구개발 협업 활동을 하고 있다. 올초에는 사노피파스퇴르가 SK케미칼과 폐렴구균백신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한미약품과는 5년간 공동연구 끝에 지난 9월 고혈압치료제를 선보였다. LG생명과학의 당뇨치료제 ‘제미글로’ 해외판매 파트너도 맡고 있다.

사노피는 2010년부터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박사급 인력 8명으로 구성된 ‘가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을 발굴해 사노피코리아 또는 본사와 연결하는 역할이다. 국내에서 실시하는 임상시험 등 연구개발 비중도 국내 상위 제약사와 맞먹는 매출 대비 7.5%를 차지하고 있다.

배 사장은 “한국은 사노피의 글로벌 임상시험 사이트 15개 중 4개가 있을 정도로 중요한 지역”이라며 “국내 업체와 외국 회사의 성공적인 협업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 사장은 제약업계에서 일하게 된 계기를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뒤 약사로 1년 반가량 일하다 어느 날 찾아온 영업사원의 열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도스(현 노바티스 자회사) 영업사원이 약국을 방문했는데, 의약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뿐만 아니라 제품에 대해 자신감이 넘치는 것을 보고 제약업을 새롭게 보게 됐다”며 “산도스 인사과에 무작정 전화해 ‘혹시 사람 뽑느냐’고 물어 입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른 살에 노바티스 항암제 총괄책임자를 맡아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을 연간 1000억원대의 대형 의약품으로 키웠다. 배 사장은 “당시만 해도 젊은 여성이 사업부를 총괄하는 것이 생소하던 때였다”며 “팀 문화를 상명하달식이 아닌 집단 리더십으로 바꿔나가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