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자료가 23일 인터넷을 통해 또다시 공개됐다. 지난 15일을 시작으로 18, 19, 21일에 이은 다섯 번째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원전 안전성을 검증하는 핵심 프로그램이 포함돼 원전 안전성을 위협하는 자료까지 유출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원전반대그룹 회장 미핵’이라고 밝힌 트위터 사용자는 이날 오후 3시께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한수원을 조롱하는 글을 올리고, 5개의 파일이 담긴 다운로드 사이트에 링크를 걸었다. 이 링크를 클릭하면 고리 1·2호기와 월성 3·4호기 것으로 추정되는 원전 도면과 함께 개량형경수로(APWR) 시뮬레이터, 안전해석코드(SPACE) 프로그램을 구현한 화면을 캡처한 그림파일 등이 다운로드된다.

이 중 안전해석코드는 원전과 관련한 ‘원천기술의 척도’로 불리는 핵심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초 한수원이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개발한 것으로 원전의 안전 여부를 검증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원전 중앙제어실에서 작업자가 방사능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곳까지 한눈에 원전의 안전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안전해석코드의 실제 유출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수원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트위터에 올린 게 아니라 프로그램이 구현되고 있는 화면을 캡처했기 때문에 ‘미핵’이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며 “프로그램이 구현되고 있는 사진을 구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핵’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전날과 이날 한수원이 벌인 사이버 대응훈련을 조롱했다. 그는 “한수원 사이버 대응훈련 아주 완벽하시네. 우리 자꾸 자극해서 어쩌려고~. ㅋㅋㅋ”라며 “원전반대그룹에 사죄하면 자료 공개도 검토해 볼게. 사죄할 의향이 있으면 국민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요구한 원전들부터 세우시지”라고 적었다.

이날 ‘미핵’은 10만건에 달한다고 주장한 한수원 내부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챙겼는지를 암시하기도 했다. 그는 글 마지막에 “12월9일을 역사에 남도록 할 것”이라고 적었는데, 12월9일은 한수원에 악성코드가 담긴 이메일이 보내진 날이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사이버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사이버 공격으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피해 발생이 인지된 상황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에 따라 원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윤상직 장관과 문재도 2차관 등은 24일 월성과 고리 원전을 찾아 ‘미핵’이 사이버공격을 예고한 25일까지 현장 대기하기로 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유출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가상사설망(VPN) 서비스를 통해 할당받아 사용한 인터넷프로토콜 주소(IP)를 이날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 관계자는 “VPN 서비스는 일종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세탁IP’”라며 “여러 개의 세탁IP 중에서 실제 접속지가 국내인 것을 추려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전에 대해 공개되는 자료가 많아질수록 보안에 큰 위협이 된다고 지적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공개된 자료들을 서로 조합하면 원전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돼 더욱 위험한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